일상 스케치

장애인의투표

tosoony 2022. 6. 1. 20:53

선거 투표 관련해서는 글을 안쓰려 했는데 다른 분들도 같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하여 잠시 적어 봅니다.
그간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서 함께 기표소에 들어간 지 20여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국가에서는 점자보조용구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지만 접힌 보조용구 사이에 투표용지를 끼워 넣고 각각의 뚫린 구멍에 정확하게 도장을 찍어야만 하는 과정에서 용지가 밀리기도 하고 실수를 할 수 있기에 보완적으로 배우자나 가족이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도록 보장하고 있는데요.
매번 투표소에서 담당직원과 실랑이를 하곤 합니다.
소위 말해 점자보조용구를 주었으니 시각장애인 혼자서 기표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 문제로 매번 다투는 게 너무 어이없더라구요.
지난 대선에서도 역시 같은 문제로 큰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우편물에 제공된 지침을 설명하고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알려주어도 막무가내인 직원을 보며 결국 책임질 수 있느냐, 인근 맹학교에 백여명의 유권자가 있는데 공문으로 선관위에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둥 20여분간의 실랑이끝에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한 뒤에서야 결국엔 사과와 함께 투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올해는 유독 두 번의 선거가 있는 탓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얼마 후 대전 선관위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담당 직원으로부터 당연히 시각장애인은 배우자 동반하에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아 저는 오늘 당일 아침 출발 전에 다시 한 번 그 분에게 전화해 해당 내용을 녹음한 뒤 투표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시 당신에게 전화하겠다는 답을 들은 후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잔뜩 벼르고 있는데 어라, 오늘 담당 직원들은 뜻밖에 친절히 제게 배우자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직원이 점자보조용구가 어디 있는지 못찾는 것입니다.
한참을 진땀을 뺀 후에야 찾아낸 보조용구를 받으며 이제야 되었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투표용지를 끼워 넣는지 몰라 쩔쩔매더니 결국엔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몇 분의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헛웃음을 지으며 기표를 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투표장에서 나와 인근 한가로운 대둔산 휴양림을 오르며 아직도 이 땅에서 장애인 으로 살기는 참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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