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학교가 아닌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재직 중인 시각장애 교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대전가원학교(이하 가원학교)의 문성준(남, 52세, 전맹) 교감이다. 지적장애인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시각장애 교사는 100여 명 있으나, 관리자는 그가 처음이다.
1993년 임용된 대전맹학교에서 일선 교사로 열심히 근무했던 문 교감은 시각장애학생 교육용 단말기 프로그램 개발로 학습권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BBS(전자게시판)와 모바일 소리도서관 구축으로 정보접근권 향상을 도운 바 있다.
2000년에 처음으로 개설해 운영한 BBS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신망으로, ‘넓은마을’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2003년에는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시스템 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대전맹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컴퓨터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관련 설비도 열악했다. 교장의 지시로 컴퓨터 수업을 이료 수업과 병행하여 맡아서 하게 된 것이 IT방면에 많은 지식을 갖게 된 시작이었다.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물론 크지요. 그렇지만 그 일 외에도 다른 사람이 쉽게 하기 어렵거나 귀찮고 힘들어서 안 하더라도 필요성이 있는 일이라면 나라도 나서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 교감은 대전맹학교에서 26년 6개월간 근무를 하고 2018년 9월 가원학교에 부임했다. 가르쳐본 경험이 전혀 없는 지적장애, 자폐성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아이들의 문제를 이해해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배우는 느낌이라 새로웠어요. 1년쯤 지나니 좀 나아졌고, 이제 1년 반 정도 지내다보니 아이들의 행동 양식이 이해되고 맹학교 외의 학교 시스템에도 익숙해졌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교감 선생님이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기해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친절하게 다가와 접촉도 하며 애정을 보여줬다.
“이 친구들이 정이 아주 많아요. 순수한 아이들이라 사랑스러워요.”
함께 근무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비장애인이며, 시각장애인 교사는 한 명 더 있다. 특수학교 교사이지만 시각장애인을 많이 대해본 적은 없었던 교사들은 시각장애 교감 선생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고 당황해 했으나,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가원학교는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특수학교이다. 학생 수에 있어, 일반적인 특수학교가 100여 명인데 비해 가원학교는 323명이나 된다. 2012년에 개교했는데, 대전에 특수학교가 많지 않다보니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학교 규모가 크다 보니 맹학교보다 시스템이 훨씬 체계화되어 있어요. 맹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규모가 작아지고 중복장애 학생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가원학교 같은 지적장애 특수학교의 시스템을 받아들여 시각중복장애 교육에 시급히 접목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적장애 특수학교 시스템의 무엇을 받아들여 어떻게 접목해야 할까?
“첫째는 지적장애나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적용하는 전문화된 교육과정(기본교육과정이라 부름)을 맹학교 교육과정에 접목해 시각장애 교육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체계화된 특화 직업교육 중 촉각을 중심으로 한 일부 기초 직업교육 과정을 맹학교 고등학교와 전공과에 날로 늘어나는 중복장애 학생의 기초 직업훈련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맹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그는 언젠가 맹학교로 돌아간다면 가원학교에서 경험한 것을 적용해 보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지난 2월 7일에 3월 1일 자로 대전맹학교 교감 발령을 받아 다시 맹학교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원학교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의미있었습니다. 좋은 경험과 자산을 얻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려워지는 맹학교 교육을 개선하는 데 특수 교육의 주류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본 경험을 적극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 2020년 2월 15일자 점자새소식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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