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메모광

tosoony 2017. 12. 3. 23:43

 

 

 

 

중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의 제목 중에 '메모광'이라는 것이 있었다.

실명하고 맹학교로 전학온 지 얼마 안되어 떠듬거리며 점자 국어책에서 배운 '메모광'은 모든 일에서 항상 메모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저자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어린 나이에 수업을 들으며 일부는 일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엥간하면 머릿속에 외워두면 될 것을 뭐하러 저리 집착하남~~~'

30여년전 그렇게 우습게 여겼던 메모.

그런 작은 습관에 대해 요즘처럼 아쉽게만 느껴진 때가 또 있었을지...

 

문제의 원인은 몇 년전부터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내 머릿속 메모지가 작아지는 것 같다는 것.

별 거 아니라며 이따가 처리해야지 하고 잠시 미뤄둔 것을 까맣게 잊고 하루를 넘어가거나, 직장 동료로부터 전달해 달라고 들어놓은 소식을 머릿속에서 기억해 두고는 온전히 잊어버린 기억들.

그러던 사례들이 슬금슬금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감당하기 어려운 황당한 사실은 전 날 밤 누워서 내일 아침 이 일은 꼭 해야겠다고 기억하자, 기억하자를 몇 번 다짐하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어제 무언가 중요한 일을 기억하자고 다짐은 하긴 했는데 그 내용이 뭐였더라라며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정말 어이없는 현실을 맏닥뜨렸을때가 아닐까... ㅎㅎ

 

몇 년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결국 메모를 시작했다.

우선 제일 먼저 손을 뻗은 건 한소네에 중요 요지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상당수 곤란함을 해결하고 다시금 스마트한 생활로 돌아가는 듯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항상 그 큰 한소네를 목에 걸고 열어보며 생활할 수도 없고,

메모광의 저자처럼 주머니에서 힐긋거리며 메모한 걸 꺼내볼 수도 없는 바이고 보니

잠시 잠시 떠오르는 상념과 아이디어를 어디 손바닥에라도 적어두고 싶은 때를 만날 때가 제일 곤란했고,

여전히 간간히 일어나는 사고에 대처할 방법을 몰라 당황해하는 일은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러던 중 찾아낸 스마트한 방법 하나.

그건 아이폰용 알림 앱이었다.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 메모를 하거나 일정을 관리하는 앱들은 넘쳐나고 있었지만 간단하면서도 접근성을 갖추고 가장 빠르게 원하는 내용을 메모할 수 있는 앱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중 이것 저것 유료앱 결재를 해가며 찾아낸 맘에 드는 앱이 toDo+ 앱이었다.

화면도 심플한 텍스트에 내용을 곧바로 추가할 수 있고, 손쉽게 미리 알림 시간을 정해 알람을 울리게도 할 수 있는 기능은 내가 찾던 그것이었다.

 

요즘 내 폰에서는 수시로 알람이 울린다.

내 잊혀진 기억을 두드려 깨워주는 또하나의 '메모광'이 된 나 자신을 보며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저나 이거 병은 아니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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