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봄꽃향기

tosoony 2013. 5. 7. 01:39

그토록 봄이 오기를 심술내던 날씨가 계절의 여왕이 들어서고 나서야 저항을 포기한 듯 눈부신 햇살을 허락하네요.
중도에 실명을 했다지만 회색 서울 변두리 담벼락만 보고 자란 제게 봄꽃이란 담장밑에 피어난 개나리와 목련 말고는 별 떠오르는게 없었지요.
학력고사의 혹독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첫 봄은 유독 설레었습니다.
아담한 캠퍼스를 따라 날짜별로 차례로 피어나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흐드러지게 가득 메운 라일락 향은 정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지요.
 특히 4월의 앞산공원의 벚꽃에 이어 5월 초 두류공원을 가득 메운 아카시아 향을 맡을 즈음이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봄꽃들의 개화 순서가 그러했다는 것을 20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1학년 봄에 만난 여친은 봄꽃을 무척 좋아해는데요. 강의실에서도 언제나 캠퍼스에 피어난 꽃을 내다 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굳이 제 코끝에 대어주고 손안에 만져주길 좋아했습니다..
특히  해질녁 어두워지는 벤치옆에 피어난 목련밑에서 오래도록 앉아있기를 좋아했는데요, 그 덕에 잘 치지도 못하는 기타로 같은 곡을 참 무던히도 많이 연주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이선희의 사랑이 지는 이자리~~ ㅎㅎ

요며칠 퇴근 길에 길가 공원곁을 걸을 때마다 은은한 꽃향기를 느끼곤 합니다.
뒤늦게 알게 된 저의 꽃에 대한 실력으로도 알 수 없는 그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작은 야생화였습니다.
햇빛을 받을 때면 더 강해지는 그 향기를 음미하며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년의 세월 속에 무덤한 중년이 되어 버린 지금이지만 매년 새롭게 다시 피어나는 저 작은 야생화처럼 중요한 그 무언가만은 잊지 않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그 때의 여친이 누구냐구요.. 험험

http://www.youtube.com/watch?v=wcpxpsVgY6E&list=PL7447DA08A3F6E611&fb_source=feed&ref=feed#_=_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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