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중년남성의 지나간 마음속 전설을 일깨우는 영화 '전설의 주먹'

tosoony 2013. 4. 18. 01:32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으레 학교 옆 소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500원이라는 싼 값에 보도록 허용해 주곤 했다.
서울 변두리 답십리 극장에서 친구들과 보았던, '멀고먼 다리' 등등..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영화가 전쟁이나 엑션 영화였던 것 같았는데, 몇 시간 그 영화에 몰두하고 나서면 왠지 모를 괜히 맘 속 깊이 시원함을 느끼곤 했었다.
어제는 모처럼 화면해설영화를 같이 갈 기회가 되었다..
황정민이 몸을 던져 열연하고 강우석 감독의 탄탄한 스토리가 빛나는 '전설의 주먹'.
2시간 반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지루해하지 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자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실제 싸움이라는 과정을 통해 나타내는 아슬아슬함 등등이 분명했을 것이다.
영화 스토리가 내내 격투기에 싸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 연기자의 비중이 적었던 것도 이채롭고 중년 남성의 어릴 적 로망과도 같았던 짱이 되고팠던 그 심리도 자극하는 것 같아 나름 영화가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끼는 한가지는, 왜우리 인간들은 이렇게 원초적인 싸움에서 잠재된 쾌감과 희열을 느끼게 되는걸까.. 였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싸움이나 전쟁, 폭력에 대해서 적절한 장치를 걸어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런 원초적인 장면에 몰입하고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은 정말로 심리학에서 배운 것처럼 프로이드가 목청을 돋구어 주장했던 그 음습한 리비도의 표출일까?
왜 내 아들놈은 여러 장난감 중에서 유독 총이나 칼을 갖고 휘두르며 좋아하는건지.
왜 아이들은 편을 갈라 총맞고 죽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하는건지.
중 고등학교 교실에서 허망하게 반복되는 짱 가르기 시합은 왜 없어지지 않는건지.
직업적인 관심이기에 학교 내 문제시되는 폭력을 어떻게 하면 줄일까 가끔 고민하면서도 왠지 드는 이러한 불편한 우리들의 모습이 같이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인지..
괜히 좋은 영화 한 편 보고나서 주저리 주저리 떠오르는 잡념이 참 많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