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저희집도 김장 내음으로 분주합니다.
요즘엔 다들 김장하면 주변 어른들로부터 얻어서 먹거나 사서 드신다지요..
하지만 저처럼 평소 김치 없으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한 두 점밖에 음식을 못먹는(?) 이들의 경우 직접 담궈먹는 것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취 생활을한 솜시좋은 아내 덕에 황석어젓 끓여내는 것부터 수십여포기 대량의 배추를 소금에 저리고 양념 만들어 낑낑대며 버무려 그릇에 담아놓는 것까지 우리는 직접 아파트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60포기를 직접 소금에 저리고 화장실 욕조에서 씻어 내는 것까지 다 우리 부부가 하다보니 시간도 엄청 걸리고 아내가 힘에 부쳐 하는 모습이 안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저의 강력한 고집으로 소금에 저린 배추를 사온 덕에 훨씬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첫날 저녁 거실 마루 한가득 김장거리 준비를 펼쳐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퍽하고 집안의 모든 전기가 나가 버렸습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조립해 온 써지오 멀티콘센트를 꽂는 순간에 그렇게 되었다나요..
더듬거리며 두꺼비집을 찾아 올려 보았는데 왠지 전기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이없어하는 아내는 황망하게 관리실에 전화하여 조급한 목소리로 빨리 와달라고 사정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집안 전체가 김장재료가 정신없이 펼쳐진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려운 암흑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부리나케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저였습니다.~~
서랍에 넣어둔 양초를 찾아내고 이리저리 바닥에 널린 물건들을 집어 정리하는 잠깐 동안이나마 가족들은 저에게 의지(?)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지요~~ ㅎㅎ
조금 이어 올라온 관리실 직원이 바깥어디에선가 스위치를 올린 뒤에야 잠시동안의 불안과 공포는 끝이 났습니다.
세상은 참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도 합니다.
장애인의 날이다, 대선 선거철이다 할 때면 바빠지는 요인들의 이런저런 장애 체험도 좋겠지만 생활 속에서 잠깐 사이 벌어지는 이런 체험이야말로 진정한 더불어 사는 우리 이웃을 이해하는 산 체험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저도 김장 담글 줄 아냐구요?(험 험~~)
글쎄요.. (딴 건 모르겠고 김장에서 제일 중요하고 최종 승패를 결정하는 순간마다 사용되는 제 혀가 엄청~~ 바쁘답니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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