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비둘기의 자식 교육

tosoony 2012. 7. 21. 06:06

지난번 장마 속 에어컨 가동으로 심장마비(?)라도 당한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끼 비둘기들은 다음 날에도 여전히 삑삑거리며 열심히 어미의 모이를 가지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
이 여름 에어컨을 켜지 못해 더위를 어떻게 참아야 하나라는 염려는 괜한 기우가 되었지만, 내게 정작 끈끈한 장마 속 여름을 버티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저놈의 녀석들이 내 방 창문 앞 실외기 주위에 하루가 다르게 실례(?)를 해대는 데서 오는 냄새 때문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모를까 평소 답답함에 창문을 열라 치면 그 냄새가 내 방을 진동하니 오히려 문을 닫고 에어컨을 더 돌려야 할 판(?)이 되어 버렸다~~ ㅠㅠ
아내는 어떻게 하든 새끼들이 빨리 날아가서 창문 밖을 대청소해야겠다는 마음에 매일같이 연실 열어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감에도 아직 날아가지 않고 연습 중에 있는 것 같다.
지난 주까지는 실외기 밑에서만 푸드덕거리며 날개 연습을 해대더니 며칠 전부터는 한 놈이 어느틈에 실외기 머리 위로 날아올라  앉아 날갯짓을 한다.
재미난 점은 같은 새끼들 중에서도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
두 놈 중 한 놈은 훨씬 행동이 다양하고, 먼저 실외기에 올라 앉기도 하는데 또 한 놈은 상대적으로 어벙해 보이는게 제대로 어미의 먹이도 옳게 못 얻어먹는 것 같아 보인다..
또 한 가지는 이 놈들의 애미 애비가 점차로 자기 새끼들의 독립을 의도적으로 준비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실외기에 올라앉아 새끼가 날개 연습을 하는 동안 어미는 멀찍이 베란다 끝에 앉아 평소와 달리 구룩거리며 어떤 으미있는 행동을 제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 보인다.
지난 주말, 이런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자식의 성장과 독립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아까와하지 않으며 애를 쓰는 건 사람이나 금수나 모두 매 한가지였다...

'부디 이 눔들~~ 웬만하면 8월 폭염 속 전에 얼렁 커서 저 넓은 세상으로 독립 좀 해 가거라. 나도 좀 a살자~~ ㅎㅎ'

토순이.

'일상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0) 2012.09.27
비둘기와 태풍  (0) 2012.08.30
착한 마트, 착한 사람들  (0) 2012.07.07
문명과 자연이 함께 숨시는 그런 세상을 기다리며  (0) 2012.07.05
또 하나의 천사  (0) 201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