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국립중앙도서관 대체자료 제작 사업, 어떻게 진행되나?

tosoony 2011. 5. 29. 01:19

 국립중앙도서관 대체자료 제작 사업, 어떻게 진행되나?


  지난해부터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이하 국중)가 장애인들의 지식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학습, 취업, 자기계발 등에 필요한 대체자료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다. 작년에 7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2천종을 제작한데 이어, 올해는 예산이 2배 늘은 15억여원을 들여 2천5백여종의 대체자료를 만든다고 한다.

  국중은 올해 데이지도서, 점자악보, 화면해설영상물(이상 시각분야), 수화영상도서(청각분야)의 형태로 대체자료를 제작한다. 지난 2월 사업 수행 기관을 선정했는데, ‘데이지도서’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하상장애인복지관, 대구대학교점자도서관, ‘화면해설영상물’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악보’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수화영상영상도서’는 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시각장애인계는 국가 주도의 대체자료 제작을 크게 반기고 있다. 사실 그동안 대체자료를 제작 보급해 온 시각장애인복지관 및 점자도서관들은 예산상의 한계로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채워줄 만큼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해왔다. 특히, 시기에 맞춰 공급해야 활용할 수 있는 대학교재나 정기간행물 등은 제작량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별, 형태별로 수천종의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국중의 사업은 그만큼 기대가 큰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체자료는 기대만큼 잘 만들어지고 있을까. 시각장애인들은 수천종의 이 광대한 자료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본지는 국중의 대체자료 제작 현황 및 이용에 관한 정보를 데이지도서, 화면해설영상물, 점자악보 순으로 3차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호에 다루게 될 ‘데이지도서’는 올해 총 1,700종이 제작된다. ‘데이지도서’는 하나의 텍스트 파일을 점자, 음성, 확대문자 등 3가지의 형태로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한 파일 형태의 도서를 말한다. 현재 오디오, 즉 음성 지원을 중심으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지로 제작된 도서는 국중이 대체자료 보급의 활성화를 위해 운영 중인 ‘디브러리(able.dibrary.net)’에 등록되며, 이용자들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저시력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글자 크기 조정도 가능하며, 한소네 등 점자단말기의 점자셀로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디브러리에는 4월 11일 현재 1,462종의 데이지도서가 등록되어 있다.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12월이 되면 3,000종이 넘는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자료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대체자료 제작 신청’ 게시판도 준비되어 있다. 특별히 2~4월, 8~10월은 대학교재를 우선 제작하여 등록하는 기간이라고 하니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유용하게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정기간행물들도 데이지도서로 제작되어 해당 월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된다. 정기간행물 제작 경험이 풍부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이 전담하고 있는데, 여행스케치, 수퍼레시피, 과학동아, 리쿠르트, 초등독서평설, 중등독서평설, 건강과 생명, 객석, 더불어사는 사회 등 9종의 간행물들이 매달 20일 정도에 디브러리에 등록된다고 한다.

  디브러리는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회원가입 후 이용이 가능하다. 회원가입 시에는 필요에 따라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게 되며, 복지카드 사본이나 장애인증명서, 대학재학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데이지도서를 스트리밍 방식 읽을 수 있는 서비스는 지난 4월 4일부터 시작했다. 작년과 올봄에 제작된 데이지도서를 이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지가 디브러리에 접속해 실제 이용해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음성은 지원하고 있지만, 편의기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화면상에 보이는 단축키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없었고, 단축키를 찾아 사용해도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데이지도서를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디브러리를 둘러 본 한 시각장애인은 “웹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사용 매뉴얼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특히 정기간행물이나 대학 교재 같은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제공되어야 도움이 되는 것인데, 사이트 결함으로 인해 이용이 불편하다면 대체자료 제작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국중의 책임자는 “지금까지는 대체자료 제작하는 데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느라 디브러리 이용자 편의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아 죄송하다”면서, “사이트 정비에 집중해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 도서관 측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디브러리 사이트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장애인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다양한 대체자료들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체자료 제작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접근성이 좋은 사이트로 정비하는 것에도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점자새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