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시각장애인 등급제도 이대로 좋은가?

tosoony 2011. 2. 21. 16:30

지난해 장애인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장애등급심사제도였다. 복지부가 활동보조서비스 지침에 장애등급심사 규정을 강화시키면서 장애 등급이 하락돼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겨버리거나 장애수당, 장애인콜택시 등의 기타 혜택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이 속출했다.

정부는 장애등급심사를 강화해 장애등급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을 적발해 내어, 정말 필요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계는 정부가 예산이 부족하자 가짜 장애인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진짜 장애인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등급 판정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1~6급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시각장애인 등급 판정 또한 정확한 진단상의 곤란으로 점점 그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운전이 불가능한 시각장애인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갱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허술한 장애등급 판정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산술적 방식의 시력만 가지고 일률적으로 시각장애 등급을 매긴다는 것부터 모순이 있지만, 그 등급마저도 신뢰할 수 없는 사례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선진 외국에서도 포함시키지 않는 소위 6급 정도의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을 시각장애인에 포함시키는 파행적인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복지와 교육 및 직업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 특례 교사 임용고사를 포함한 공무원 시험에 6급을 포함한 정상 시력에 가까운 시각장애인이 많이 응시하고 있어 시력이 전혀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낙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시각장애 6급이 전체 시각장애인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중증시각장애인인 1~3급의 수를 모두 합해도 6급의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수적 변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시각장애인계에 현실적으로 반영되고 있고, 머지않아 시각적 기능면에서 열등할 수밖에 없는 중증시각장애인들은 교육, 직업, 사회 활동 등에서 소외되고 말 것이다. 그러함에도 시각장애인 단체들은 무차별적으로 6급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안마수련원과 대다수의 맹학교에서는 이들을 입학시켜 시각장애인의 유보직종인 이료를 가르치기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시각장애 6급을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다른 한쪽 눈이 정상인 사람도 시각장애인에 해당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좋은 쪽 눈의 교정시력이 0.3 미만인 자’를 저시력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시각장애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 6급 정도의 시력은 정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들은 시각장애 교육과 재활 서비스 대상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시각장애인계는 이러한 문제를 생각없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은 거짓으로 등급만 잘 받으면 그만이고, 각 단체는 무차별적으로 6급을 받아들이고 있다. 안마수련원과 대다수의 맹학교에서는 복지 대상자와 교육 대상자를 구별 못한 채 학생 수급만을 목적으로 6급 시각장애인을 학생으로 입학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 교육과 재활 서비스, 고용 지원 대상자는 1~5급 시각장애인으로 한정하되, 중증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6급 시각장애인을 이제 더 이상 특수교육 대상자로 착각하거나 학생 충원을 목적으로 입학시키는 일이 자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부족한 교육 및 복지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중증시각장애인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고, 의무 고용 등 고용지원제도 혜택에서도 그만큼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격한 장애등록제도의 개편과 함께 장애인연금 대상자와 급여액 인상,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도입과 같은 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장애인 당사자들의 반발도 줄어들고 제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장애판정시 의학적 요인 외에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을 반영하여 장애정도에 따른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장애등급을 심사하여 보다 많은 자격있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이 혹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점자새소식 제 825호(2011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