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

아이폰을 사용하며 드는 생각들

tosoony 2010. 5. 4. 01:08

독자마당: 아이폰을 사용하며 드는 생각들

 

유석종(삼성안내견학교 훈련사)

 

스마트폰의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계에도 그 바람이 서서히 몰려ㅗ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폰의 제조사인 에플은 ‘보이스오버’라는 신개념의 기술을 채택하여 시각장애인도 터치방식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필자 주변의 몇몇 시각장애인도 이 기능을 활용하여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망설임 끝에 아이폰을 구매했다. 아무리 음성 지원이 된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이 과연 어려운 터치 기능을 사용해 전화를 해야 할 만큼 그 가치가 충분한지에 대해서 크게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폰에 대한 궁금증을 지닌 독자 여러분을 위해 다분히 개인적 관점에서 내용들을 적어보겠다.

 

Q: 터치 버튼 조작은 어떻게 하는가?

A: 아이폰은 튀어나온 버튼 없이 평평한 화면을 직접 손가락으로 터치하여 모든 기능을 실행하는 풀터치 방식의 스마트폰이다. 그러므로 내장된 별도의 시각장애인용 음성지원 '보이스오버'를 이용하게 되는데 손을 화면에 가져다 대면 음성으로 해당 기능을 확인할 수 있고, 두 번 연속 터치를 통해 해당 기능이 실행된다. 또한 메뉴 이동 방법은 해당 버튼에 바로 손을 올려놓거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면 손가락으로 화면을 좌/우 쓸기를 하여 각 메뉴를 이동할 수 있다. 이외에도 메뉴를 조작하기 위한 다양한 터치 기법이 있으나 지면상 구체적으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Q: 음성이 지원되면 기기를 조작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가?

A: 숙련 정도에 따라 느끼는 편차가 크리라 생각한다. 아이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하드웨어 스펙을 갖춘 상품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하드웨어 조작의 편의성을 극대화시켰을 뿐이다. 그러므로 직관적 조작보다는 경험에 기초한 상대적 조작의 측면이 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평소 손의 감각이 우수하거나 기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조작이 용이하다. 반면 모든 기능을 터치로 조작해야 하는 만큼 숙련되기까지는 별도의 노력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휴대 전화번호 숫자를 입력한다고 가정하자. 먼저 0을 입력하기 위해서 화면의 중심 하단부에 위치한 '0'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때 어떤 하드웨어적 단서도 없으므로 오로지 감으로 위치를 찾아야 한다. 만일 손으로 가리켜 음성으로 '0'이라고 알려주면 성공. 이 때 화면을 두 번 터치하면 '0'이라는 숫자가 찍힌다. '0'을 찾았으니 이제는 '1'을 찾아야 한다. 숫자패드는 일반 전화 버튼과 같은 배열로 되어 있으므로 '0'을 기준으로 좌측 상단으로 손을 올려 해당 숫자의 버튼을 찾으면 된다. 초보자들은 이 과정에서 경계를 표시해 주는 하드웨어 단서가 없으므로 '1' 밑에 있는 '4' 또는 '7'을 건드리는 실수를 범할 가느성이 높다. 문자 역시도 일반 키보드의 쿼티 배열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손의 감각을 동원하여 버튼을 조작하고 음성을 확인하여 문자를 입력해야 하므로 몸에 익숙해지려면 제법 연습이 요구된다.

Q: 그렇게 어려운 입력 방식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이폰에는 '보이스오버'라는 시각장애인용 음성 소프트웨어가 내장되어 있다. 기존의 특정 기능만을 읽어주는 TTS 기능을 구현한 우리나라 제조사 휴대폰과 달리 아이폰은 컴퓨터 스크린리더와 같이 해당 운영체제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텍스트 메뉴를 지원한다.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송수신 목록, 문자 송수신 목록 및 내용, 전화번호부, 일정, 날짜 및 시각, 즐겨찾기 등)을 읽어줄 뿐만 아니라 웹서핑, pop을 지원하는 메일의 쉬운 관리, 내비게이션, 날씨 정보, 음악 감상, 동영상 시청 등 기존의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것을 아이폰에서도 동일하게 이용 가능하다. 또한 각종 응용 프로그램 및 게임, 음악,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 콘텐츠를 ‘어플’이라고 하는데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어플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YTN 및 네이버 등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주요 뉴스를 볼 수 있다.

- 대중교통 정보: 정류장 및 버스 노선에 대한 정보와 탑승하려는 버스의 실시간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 지하철 정보: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을 알려주고, 노선 정보와 도착 알림 서비스를 지원한다.

- 지도서비스: 맛집은 물론이고 가까이에 위치한 유명 카페 또는 마트 정보를 알려준다.

- 메신저 활용: skype 또는 기타 메신저를 활용한 문자 및 음성 채팅이 가능하다. 또한 여가를 즐기기 위한 재미난 어플도 있다. 펀치 놀이와 같은 게임 어플 또는 피아노나 오카리나와 같은 악기 연주 어플도 시각장애인이 충분히 활용 가능한 흥미로운 콘텐츠들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더욱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너무나도 우수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Q: 마지막으로 아이폰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정리한다면?

거듭 말하지만 아이폰을 사용하기에 앞서 터치 조작을 위한 하드웨어에 대한 익숙화 과정은 시각장애인에게 큰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는 그 동안 IT기기 또는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데 소프트웨어의 개발 미흡으로 인해 쓰임에 있어 많은 고충이 뒤따랐다. 반면 하드웨어는 특별한 시각장애인용 스펙을 갖추지 않아도 쓰임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세탁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시각장애인이라도 어려움이 없으나 조작 버튼에 대한 음성 소프트웨어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외워야 한다는 고충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이폰과 같은 터치 방식의 기기들은 소프트웨어가 준비가 되었으나 하드웨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또 다른 문제 상황을 초래했다. 이것은 비단 아이폰의 문제라기보다 늘어나는 터치 방식의 모든 기기들로 인해 발생되는 시각장애인 접근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이폰 제조사인 에플은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하드웨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소소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최대한의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더라도 하드웨어의 토대가 시각장애인 친화적 디자인과 거리가 멀다면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동안 준비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로 인한 피해의식을 지녔던 우리들에게는 분명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사용의 편의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과 거리가 먼 소프트웨어의 스펙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ㅢ 스펙 부족 역시도 사용상 같은 고민거리를 안겨다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즉 그러므로 하드웨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 또는 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보이스오버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요소로 여길 수 있으나 그것이 일반화 되기에는 너무나도 생각할 것들이 많다.

하드웨어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이폰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이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 브레일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