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의 세상 견문록

공짜 복권으로 제주도 여행 다녀온 사연 4

tosoony 2010. 1. 28. 23:46

 

  나이를 먹을수록 여행을 떠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잠자리더군요.

대학생 mt를 거쳐 30대 초반 신혼 때까지만 해도 여행 장소가 어디냐는 다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숙소가 편안하고 쾌적한 곳이야말로 여행지 선정의 제일 순위가 되더라구요.(이것도 늙어가는 증상 중 하나라네요~~~ ㅋㅋ)

  하여간 우리 내외는 숨길 수 없는 이 노화현상을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기대 하나에 의지한 채 서귀포 일주도로를 넘어 제주시 중심 호텔로 향했습니다.

  시가지가 복잡해지고 잠시후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네비의 안내를 들으며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경로를 벗어났다는 소리를 반복하더군요.

그런데 웬지 곁에서 느끼기에 같은 네거리를 뱅뱅 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다른 호텔은 보이는데 우리 호텔 입구가 안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혹 네비라는 놈들이 지도와 gps 정보에만 의지해 건물 뒷통수에 갖다대주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소리를 자주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예의 뒷통수를 잘 보라고 채근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건물 몇 개를 뱅글뱅글 돌다가 우리의 팔땡땡 호텔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자꾸 헤맨 이유는 호텔 입구와 주차장이 너무 작아 뒷문인지 알고 제대로 된 입구를 찾으려 자꾸만 돌았던 것이었더라구요.

 '그럴 수도 있지 뭐~~'

불안감을 억누르고서 그렇게 맘으로 위로했습니다.

하여간 차를 주차를 하기는 해야겠기에 준비를 했습니다만 아내는 다시금 당황해하더군요.

도대체 주차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소도 협소한 데다 몇 대 안되는 주차 공간이 위로 비탈져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우리는 결국 어릴적 수업시간 떠들더가 앞으로 나와 엎드려 칠판 끝에 두 다리를 쳐들고 벌서는 느낌(?)으로 차와 차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주차를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가방을 짊어지고 호텔에 들어서니 좁고 좌우로 긴 로비가 나타나고 안내 데스크가 있더군요.

 무엇보다 제일 먼저 주차 얘기를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 도어맨도 없는 데다가 이런 식으로 주차하는게 맞는건지 묻고 싶었거든요.

 안내 데스크의 여자분이 그러더군요.

 "조기 길건너 바다가 바라보이는 공간이 다 주차장인데요~~" 

 기운도 다 빠지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저희 내외가 예약되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사실 설마 이것마저 잘못된 건 아닌가 걱정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잘 되어 있다며 곧바로 키를 내주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공짜라는게 이렇게나 당당하지 못하고,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자조섞인 멘트를 날리며 말이죠... ~~

객실 문앞에 도착하고 키를 열었습니다.

아내가 불을 켜기도 전에 전 신발을 벗고 올라섰는데 뒤에서 말리기도 전에 곧바로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푹신한 탓에 다치지는 않았는데요..

바로 침대였습니다..

아니, 무슨 특급 호텔 현관 신발 벗는 곳 앞에까지 바로 침대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그랬습니다.

2인용, 1인용 침대 하나씩이 나란히 놓인 그 방은 협소하다보니 침대 발치 부분이 현관앞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침대발치 맞은편 벽을 따라 놓인 탁자위에는 작은 tv, 무선주전자 가 하나 있고, 창문쪽벽앞에는 의자하나와 작은 테이블, 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침대와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다녀야했죠.

공짜 특급 호텔의 진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뭐, 아무튼 잘 수는 있는 것이고 이제와서 이곳이 무궁화 몇 개가 붙어있는지 뛰어내려가 볼 기운도 없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첫날 저녁 일정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우리 부부는 노래방을 가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전 노래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학 시절 잘 치지도 못하는 기타를 짊어지고 캠퍼스 와 근처 공원을 쏘다니며 야외에서 맘대로(?) 주법으로 치며 부르던 노래 스타일은 쪽방같은 공간에서 부르는 노래방 분위기와는 도통맞지 않았거든요..

   반면에 아내는 분위기만 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혼자서 계속 마이크를 잡고 혼자 불러도 목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체질입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평소 집근처 노래방을종종 갑니다.

거기에는 아주 절묘한 공통 관심사 하나가 맞아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 아무튼 프론트 데스크에 근처 노래방과 편의점 위치를 묻고 난 후 간단히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맘으로 제주 맥도널드에서 제일 두꺼운 놈으로 하나 사서 값싸게 요기를 했습니다.

 그리고는 편의점으로 가서 국산 양주 한 병과 생수, 귤 약간을 샀습니다.

 그러고는 유독 양주병만을 꺼내 아내의 가방에 따로 담았습니다. ~~ㅋㅋ


 겨울밤 제주의 도심은 한가하기만 했습니다.

 통행인들도 적은 칠성통이라고 부르는 다운타운가를 거닐며 노래방을 찾았지요..

 역시나 들어선 노래방 안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잠시 이거 우리가 잘못 들어온게 아닌가까지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 하여간 맥주 두 캔을 포함해서 값을 치르는데 주인 아주머니의 계산이 만6천원이랍니다.

 그렇담 노래방비가 만원이란 소린데, 이렇게나 쌀 수가~~~!!

 요즘 저희 동네 노래방비가 만5천원인가 2만원 뭐 이 정도선에서 왔다갔다 하는 줄로 알았는데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 아주머니는 반갑게 계산을 치르면서도 아내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유심히 들여다 보더라네요.

 우리가 미안한 맘에 예의상으로 시킨 맥주 두 캔 말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지도 모르죠..~~ ㅋㅋ

 그러거나 말거나 방에 들어선 우리는 먼저 주문받은 브랜드조차 알 수 없는 이상한(?) 캔맥주로 목을 축인 후 본격적으로 숨겨온 양주병을 깠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할 주요 임무가 시작된 것이죠.

그건 바로 제주까지 공수해 온 한소네를 켠 후 아내가 지시하는(?) 노래방 곡명을 잽싸게 찾아주는 것이지요.

바로 음성지원 한소네 노래방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그게 무슨 임무냐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ㅋㅋ

여기에는 일말의 실수나 인터벌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분위기를 깨버린다나요..

그럼 그사이 저는 뭐하냐 하면 바로 술잔 기울이는 거지요..

남들은 뭐 어디 어디가서 비싼 돈주고 남의 노래듣고 뭐 그렇다는데..

또 보통의 노래방 동료들끼리 가면 하기도 싫은데 강제로 노래시키죠, 또 노래 시켜놓고 지들은 따로 떠들죠.. 거기에 노래 끝나면 꼭 그런 사람들이 앵콜 시켜댑니다..

아주 스트레스 짱입니다.

그런데 아내와의 노래방은 그저 한소네만 좀 눌러주면 1~2시간을 편하게 술마시면서 라이브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래서우리 부부는 집에서도 힘들거나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자주 갑니다.

그런데 이 날은 좀 상황이 달랐습니다.

제가 평소 양주를 선호하는 탓에 그만 페이스 조절을 잘 못해서리 그만 빨리 맛이 가기 시작했나 봅니다.

이상하게도 평소 잘만 찾아지던 이 놈의 한소네  노래들이 자꾸 안나오더라구요..

이것들이 미쳤나.. 지난번엔 있던 노래가 다 어디갔지??

결국 온갖 구사리를 먹어가며 음성지원 노래방은 그렇게 조기에 고장나고 말았습니다.~~ㅋㅋ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주인 아주머니는 서비스를 20분씩 계속해서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환호를 하며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저의 부실한 임무를 채근하기만 했습니다..

세 번째 서비스를 넣어줄 때 제가 그랬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미안해서 도저히 못하겠으니 만원 더 주고 오자고요..

중간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아내에게 한마디 합니다.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고와요~~"

그 말에 아내는 더욱 마이크를 붙잡을 태세입니다.

속도 모르지...

 조용한 노래방 건물 안에서 우리 방에서만 소리가 들리니 안 들을수도 없고, 아주머니는 얼마나 괴로우실까...


자정이 넘어서야 노래방을 빠져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온 천지가 눈세상으로 가득한 것을 알았습니다..

    

- 이어서 계속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