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의 세상 견문록

가을과 함께 떠난 하동 차기행

tosoony 2015. 10. 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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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가을녘, 간밤엔 작은 비가 내리고 그 어느 때보다 청아한 가을 주말.
고등학교 졸업을앞둔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함께 해주신 멋진 교장 선생님과 함께 차기행을 떠났습니다.
장소는 경남 하동 인근의 녹차밭.
먼저 최참판댁 옛 터를 둘러보고 입구에 있는 평사리 국밥집을 들러 맛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인공조미료 하나 쓰지 않고 만들었다는 국밥과 비빔밥, 매실 장아찌와 각종 나물을 정신없이 먹고 나니 이곳이 소위 진짜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었다는 걸 알았네요~~
다음으로 지역에서 아주 유명하다고 하는 '매암다원'으로 향했습니다.
일찌감치 시각장애인 방문객이라고 하는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관장님과 직원분들이 예쁘게 마련한 야외 탁자에 홍차를 마련해 두고 계셨습니다.
그곳에서 잘 숙성된 홍차로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한 우리는 실내로 옮겨가 홍차, 박하, 보리순, 매실 등으로 만든 녹차잎들을 잘 섞어 주머니에 담아 나만의 녹차 티백을 꾸며 보았습니다.
그런다음 떡차 만드는 체험..
각자 가루로 녹차 반죽을 받아  준비해 주신 기구에 담아 자신만의 문향이 담긴 떡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 만든 떡차는 이곳에서 잘 말려 택배로 보내주신다네요~~

다음으로 우리는 다시 넓게 펼쳐진 7천평의 다원 안으로 들어가 손끝으로 하나 하나 녹차잎을 만져가며 그 사이에 핀 녹차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은은한 향에 긴시간 동안 꽃을 준비한 자연의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녹차 꽃이 난 뒤에도 바로 열매가 열리지 않고 다음 해가 되어야 열린다는 느림의 녹차밭..
우리는 벌들의 훼방 속에서도 각자 막 피어나는 녹차꽃을 따보기도 하고 손끝과 코로 음미해 가며 가을을 한껏 느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문화 박물관.
녹차밭 한가운데 있는 박물관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옛 일제시대 관사로 사용했다는 조그만 건물에 들어서자 관장님께서 무엇인가를 조심스레 들고 나오시더군요.
탁자에 놓아두고 우리에게 손수 만져보게 한 것은 뜻밖에도 가격을 측정할 수도 없다는 옛 시대 유물들이었습니다.
2천년 되 신라의 토기,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등등..
특히나 2천년된 신라 토기를 만져볼 때는 우리들 모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더듬다가 깨뜨린다면 온전히 집에 돌아갈 수 없겠죠~~ㅎㅎ
원래 관광객들에게 절대 열어주지 않는 고가의 유물이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만져야 알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관장님의 아주 특별한 배려에 우리 모두는너무 감동했습니다.
알고 보니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86학번으로 당시 대구대 점자도서관에서 자봉도 하고 녹음봉사 동아리에서 책도 녹음해 오신 경력을 몸에 갖고 계신 분이었더군요.
즉 저의 같은 학교 동문 선배였다는 사실~~~
이렇게 세상을 살다 보니 돌고 돌아 이런 인연이 다시금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근한 감동과 자연에 대한 숙연함을 가슴에 안고 다원과 이별을 한 우리는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학생들의 요청(?)으로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정말로 하동에서 가까운 사천시 삼천포항으로 길을 바꾼 것이죠.
이유는 삼천포항의 회맛이 너무 좋아 도저히 지나칠 수 없다나요~~
6시가 넘어야 도착한 삼천포항 인근 바닷가 횟집..
이름은 '추억 회집'이었습니다.
진주에 산다는 한 학생이 와 본 기억이 난다는 것 하나만으로 들어선 횟집에서 주인 아저씨는 황망히 상을 차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그날 따라 예약없이 단체로 들어서는 손님이 많았다나 뭐라나...
하지만 걱정스레 지켜보며 잠시후 차려진 모둠회상과 첫 한참 때라는 감성돔과 몇 가지 회의 맛은 기가막혔습니다.
그렇게 해서 떠난 가을 주말의 차기행은 맛갈난 남해의 회로 푸짐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고3 졸업과 사회로의 첫 발, 이미 수 십년 전 고3의 경험은 가졌지만 재활이라는 이름 하에 다시 찾은 고3의 마지막 추억이 은은한 차향과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 같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4개월여 정년을 앞 둔 울 학교의 어르신인 교장선생님과 함께 추억을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게 모두에겐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평소 명상과 다도를 통한 감정 다스리기와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신 우리 교장선생님.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울 학생들에게 좋은 표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가져보며 간단한 어느 가을날의 차기행 보고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