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호주 M-CAS와 Vision Australia를 다녀와

tosoony 2010. 1. 1. 11:31

  해외리포트: 호주 M-CAS와 Vision Australia를 다녀와


이승환, 이현룡(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저희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계속 시각장애인 관련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녹음도서와 점자도서를 제작하는 봉사를 하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보건복지가족부 프로그램 ‘청소년 세계를 가다’의 지원을 받아 4명이 호주에 있는 6개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M-CAS(Macquarie Customised Accessibility Service)와 Vision Australia에 대해 설명하려 합니다.

  M-CAS는 호주의 매콰리대학교에 속해있는 기관으로서 주로 장애인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통합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매콰리대학교에 속해 있긴 하지만 단순히 매콰리대학교뿐만 아니라 시드니대학교, 서호주대학교, 머독대학교, 에디스 코완 대학교, 커틴기술대학교에 재학 중인 모든 장애인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M-CAS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맞춤형이라는 점입니다. 똑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더라도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M-CAS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를 통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나면 먼저 개개인 모두에게 직접 연락해서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제공되어야 하는지 파악한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지만 인력이나 경제적 문제를 겪지 않고 정말로 시행하고 있다는 데에 부러움을 감출 수 없더군요. 호주에서는 Equity, 즉 평등이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인지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도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일찍 제정되었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 비해 많이 개선되어 있습니다. 방문한 기관 중 하나인 Blind Citizens Australia에서 만난 분은 호주 사람들에겐 시각장애인들이 일반학교에서 수업을 같이 듣는 것이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M-CAS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 주로 점자 도서와 녹음 도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M-CAS에서도 점역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요즘에는 학생들이 점자책보다는 음성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계자 분께서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을 설명해주셨습니다.

  ① 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요즘에는 대부분의 호주 학생들이 점자 출판물보다 DAISY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DAISY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어떤 특정한 형식으로 제작된 문서파일을 컴퓨터가 소리 내어 읽어준다고 합니다. 또한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도 자유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편리하다고 합니다.

  ② ZOOMEX: ZOOMEX는 인쇄물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와 약간의 보조기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컴퓨터에 연결한 후 ZOOMEX에 연결된 카메라의 범위에 인쇄물을 놓으면 카메라가 인식한 내용을 컴퓨터가 소리 내어 읽어준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서비스들이 거의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M-CAS가 비영리기관일 뿐더러 호주 정부에서 지원을 잘 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별로 금전적인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참 부러웠습니다. 장애를 불편으로 여기지 않고 차이로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는 호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복지 기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Vision Australia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Vision Australia는 비영리 사립 복지 단체로서, 초창기에 시드니를 기반으로 한 Royal Blind Society로 출발했으며, 곧 다른 여러 시각장애인 복지기관들과 병합하여 전국적인 복지기관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Vision Australia는 현재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호주의 각 지역에 관리 기관을 설립하여 모든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복지 기관에서 여러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저희가 조사해 본 결과 Vision Australia 또한 이러한 서비스에 있어서 그 질과 양이 우리나라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 지역마다 검안사를 배치하여 사람들이 수시로 자신의 시력을 측정해 볼 수 있도록 마련하였고,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의 교육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는데, 대표적으로 점자 도서와 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어떠한 특정 형식의 문서 파일을 읽어주는 기기) 형식의 파일로 소장한 여러 문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시각장애인 도서관이 있습니다.

  Vision Australia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면 바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여러 기관들과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2008년 6월 Guide Dogs Tasmania 라는 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어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과 더불어 시각장애 보조 기기,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한 가지 예입니다. 또한 Vision Australia는 호주의 여러 기관들을 대표하는 입지에 있는 만큼 Vision 2020: The Right to Sight (2020년까지 예방 가능한 시각 질환을 제거하자는 운동)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Vision Australia외에 Shirley House, Blind Citizens Australia 등 여러 소규모 시각장애인 복지 기관을 방문하였는데, 모두 Vision Australia와 연계해서 점자 도서를 제공받거나 정보를 교환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Vision Australia는 사회에 시각장애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희가 호주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Vision Australia에서는 Open House 행사를 열어 사람들이 시각장애에 대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여러 책자와 시각장애 안경 (쓰면 시각장애인들이 보는 것과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CD등 여러 자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한,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 인터뷰와 더불어 시설을 안내하면서 일일이 설명해 줄 만큼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는 데에 열정적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해 이러한 대표적인 기관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 넓은마을 브레일타임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