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눈물속에 비친 장애인의 참모습이란

tosoony 2009. 10. 10. 01:15

오늘 오후 제가 근무하는 근교의 특수학교에서 연구학교 보고 발표회가 있어 바쁜 짬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NEIS라고 부르는 전자정부의 학교용 시스템 개발과 관련하여 특수학교에서의 바람직한 활용에 관한연구학교 보고회라 관련 부서의 부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실제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것은 작년 1월 교육부에서 공모했던 이번의 특수학교 neis 연구학교 공모 선정을 위해 며칠 밤낮을 고생하며 계획서를 작성했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옆에 있는 경쟁 학교의 빼앗긴 바 있는 주무자로 도대체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나 막상 들어선 발표장에서 느낀 감정은 줄곳 아쉬움보다는 반성의 한숨이었다고 할 것 같네요.

제 딴에 나름대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포부를 갖고 욕심을 부렸지만 오늘 보는 그네들의 보고 자료를 보며 나의 욕심은 한낱 오만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일을 맡아 처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그 무게를 새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이 포스트를 쓰게 된 계기는 저의 작은반성 때문만은 아니었구요, 행사장에서 주최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인사말씀으로 하신 내용을 대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소외된 특수학교를 책임진 경영자의 입장에서 본인과 모든 교직원이 힘들게 고생속에서 끝마치고 발표장에서 인사를 하게 된 순간의 감정은 얼마나 감회가 깊었을까요..

또 그 순간 눈에 밟힐 것 같은 순진무구한 자신의 학교 아이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구구절절 마음을 조였을까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인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언급한 시 한편 속에서 순간적으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당신의 모습에서 저를 포함한 장내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연구부장의 화려한 파워포인트를 배경으로 한 보고 발표에서도 저는 보고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 마음은 저 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석한 내빈들의 격려사와 도움말씀 속에서도 그들은 감동이었다, 모든 자기네 직원들을 다 불러서 이런 학교를경험시켜야겠다라는 등의 내용이 가득했지요.

어찌 보면 그것 또한 장애 학생을 이해못하는 관리자들에게 나름의 인식 제고를 위한 효과가 되었다 하겠지만 저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오늘의 보고 발표는 특수학교라는 제한된 교육 장면에서 학교와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와의 교육적 연계를 NEIS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 보고의 장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내용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참석자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되어야했지요.

그러나 뜻밖에 발생한 당해 학교 경영자의 눈물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신파로 바꾸어 버렸고, 학술적인 검토보다는 장애 극복, 대단한 감동, 어렵고 힘든 현실을 견디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에 대한 드라마틱한 감동만을 칭송해야 하는 장으로 변모시켰습니다.

물론   어쩌면 이 느낌은 저만의 주관적 비약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제 자신 특수교육을 시행하는 교사이면서 또 나름으로 장애라는 사회의 무게를 직접 견디고 지내온 당사자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참석한 사람들이 특수교육에서도 일반 교육과 마찬가지로 진지해지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평가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장애인들이 일반 비장인들에게 바라는 최고의 바램 그 자체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장애인의 음악 콩쿨 수상, 마라톤 완주, 대학 합격 등 매번 반복되는 그들의 극복 드라마에 사람들은 열광하며 박수치곤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장애인의 음악 콩쿨 수상이 장애인들끼리만의 경쟁이었을거라거나, 장애인을 배려하여 점수를 얹어주었을 것이라는 마음속의 예단을 하곤 합니다.

며칠 전 추석 명절 때 만나 뵌 친척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난 여지껏 니가 나왔다는 대학이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만 댕기는 대학인줄 알았구먼~~..”

제가 대학에서 저의 아내와 만나 어울렸던 여러 이야기를 들으시며 건넨 그 분의 어이없는 말씀이 어쩌면 오늘날 일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활동 전체에 대해 갖는 평범한 잣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래전  지방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첫 방학 때였습니다.

시각장애를 갖고도 10년 넘게 대학 강단에서 교수로 당당히 활동하고 계신 같은 과 교수님 한 분이 제가 거주하던 서울의 가까운 곳에서 당신의 부모님을 만나러 올라와 계신다는 소식을 득고 인사차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한 안부와 보잘것없는 선물을 드리고 나선 저를 따라 교수님과 그 분의 어머님이 문밖까지 배웅을 해주셨는데요.

     그 때 저는 뒤따라 나온 교수님 어머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저와 같이 동행했던 지금의 아내가 보았다고 해야 오해가 없으시겠지요.

제가 교수님과 대문앞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 당신의 어머님께서는 저의 아내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계속하여 불쌍한 당신의 아들이라며 눈가를 붉혔습니다.

 

그 때의 상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1980년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했던 그 시절 정규 대학의 교수로 수 백명의 제자와 졸업생을 배출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시던 교수님은 제게 모범이자 따르고 싶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명예와 영광,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일상생활마저도 자식을 사랑하는 당신의 어머니 앞에서는 한낱 불쌍하고 안스러운 모성의 대상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장애인의 현실이자 평생 넘어야 할 산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오늘 문득 해봅니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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