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마이클잭슨과 하늘빛

tosoony 2009. 7. 9. 01:14

7월의 하늘은 장마와 먹구름속에서도 신록의 찬란함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세기의 가수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이 오늘 엄숙히 거행되었다.
80년대 초 다이나믹한 음악과 현란한 춤사위 속에서 흑인이 저렇게나 멋진 노래와 춤을 출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던 마이클..
특히나 당시 중학생이던 내게 팝송이라는 별천지와 같은 음악성의 신천지가 있다는 걸 알게 한 최초의 팝가수가 마이클 잭슨이었다.
지금이야 빌보드 차트 1위가 누군지, 어떤 팝가수가 싱글 차트 1위로 무슨 곡을 선보였는지 까마득히 손놓고 지낸지 오래가 되었지만 그 때는 매주 빌보드 차트를 읊어대는 김기덕씨의 2시의 데이트를 귀기울이며 수능 공부 청취하는 고3 수험생마냥 긴장하며 매일매일 순위를 외웠던 것 같다.
80년대 초 학교가 대전인 터라 서울 고향집에서 내려온 뒤로 당시 mbcfm이 서울 방송이 있은지 1주일이 지나서야 녹음된 내용으로 지방에서 다시 방송을 탄다는 걸  알고 얼마나 한 주가 안타깝고 지방에 산다는 것이 억울했었던지 지금도 잠시 웃음이 떠오르곤 한다.
아무튼 조그만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beat it 등등을 이상한 발음으로 따라하며 열광하던 그 때가 지금도 간간히 생각나곤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국내 가요의 녹음 기술이 대폭 성장하고 줄줄이 좋은 가요가 보급되면서 차츰 팝음악은 내게 잊혀져간 기억으로만 존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인간이 겪었던 인간적인 고통과 갈등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면서 느낀 나의 마음은 또다른 것이었다.
그토록 백인이 되고 싶어 고액을 들여가며 무리하게 시술한 각종 시술들, 어려서 겪은 여러 인종 차별과 가족의 문제...
그 가운데 나타난 여러 추문들.
그러 그러한 불편한 사실 속에서 나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시대의 가수를 유년시절의 봄날 사춘기적 기억으로 접어버린 것 같다.

그러던 중 며칠 전 마이클 잭슨의 돌연한 사망 소식을 들으며 불현듯 닫혀진 기억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언제나 죽음은 사람을 진지하게 만들고 숙연하게 변화시키던가...
mbc 9시 뉴스가 끝나고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유명 가수들의 눈물어린 추모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왜 마이클에 대해 슬퍼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마이클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무엇일까?
수 천억의 자산을 갖고 있고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었던 그가 중독성 마약이라고 일컬어지는 진통제에 의지하여 하루 하루를 연명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요즘 우리나라의 왜곡된 여러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속 무기력이 하루 하루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무감각의 마취에 빠져 실낱같은 희망으로 선택한 결과가 보여주는 앙갚음의 현실을 대하며 힘없는 이들은 한층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곤 한다.
그런 가운데 일어난 거부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은 더욱 더 삶의 목표를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돈에 빠뜨리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력마저 밀어내고 있는 시장경제 권력, 거기에 나팔수로 춤추는 언론 권력이 융합된 오늘의 불온한 현실속에서 우리는 숨막히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몇 년전이던가, 우리나라 재벌 시장권력의 매카인 s재벌 회장 딸의 미국에서의 자살 소식..
그리고 오늘 마이클 잭슨의 불운한 사망 소식과 장례식..

세상은 그리 불공평하지만은 않다는 것.
그것이 오늘 이순간 우리가 힘들지만 크게 심호흡하며 소중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하루를 꾸려가야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토순이.

- daum 블로그 '토순이의 오늘을 생각하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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