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일본 침안시술의 의료보험 제도

tosoony 2009. 8. 9. 11:42

  우리의 소중한 안마술이 피로 회복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질병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일조하는 명실상부한 의료 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가 의료보험 제도를 통해서 시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런 바램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겠지만 지난 5.25 사태 이후 그 욕구가 더욱 강하게 분출되어 대한안마사협회 회장 후보 토론회장에서도 후보자마다 일본의 제도를 언급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후보자들이 그 모델로 제시하는 일본 침안시술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해서 얼마만큼 숙지하고 그토록 자신있게 공약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본인이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일본의 침안시술의 의료보험 적용 제도가 항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 알맹이가 그리 튼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 제도가 실시된 것은 매우 오래 전, 소화 25년 즉 서기 1950년에 후생성 통지로 실시되었다. 우리의 처지에서 볼 때 거의 60년 전부터 이런 제도가 있어 왔다는 말을 듣고 부럽기 그지없는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하겠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제도가 정말 부러워서 배가 아플만큼 훌륭한 체계를 갖추고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밝히고 지나가야 할 것이 있는데, 침과 안마는 유사 의료행위라는 공통점에도 불구 하고 시술 도구가 다르므로 취급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두어야 하겠다.

침이든 안마든 보험시술을 하려면 의사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첫 관문이다. 그 절차는 이렇다. 보험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는 시술원을 방문하여 침구사 혹은 안마사로부터 동의서 용지를 받아서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고 난 후, 침이나 안마 시술을 해도 좋다는 인정을 받고 그 사실을 동의서 양식에 의한 기록과 날인의 형태로 받아와야 한다. 이때 의사의 진료 과목명이 외과든 내과든 산부인과이든 상관없다.

  침안시술 대상은 일정 정도의 기준이 제시되어 있는데, 먼저 안마의 경우는 정확한 병명이 아니라 증상, 가령 근마비, 관절경축 등 의료상 안마 요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증례로서 주로 뇌경색에 의한 마비, 보행 곤란, 골절 수술 후 회복기 등이다. 이에 비해 침은 다소 구체적이어서 류머티스, 신경통유사증, 경견완 증후군, 오십견, 요통, 경추염좌, 후유증의 여섯 개 증례를 규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침시술의 경우는 의료 기관에서의 치료와 병행할 수 없지만 안마는 병행시술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할 사항 가운데 하나이다.

  시술 횟수에도 일정한 규정이 있는데, 안마의 경우는 1개월에 15-20회 정도로 다소 후한 편인데 비해 침 시술은 첫 달은 15회, 이후는 10회로 한정하고 있다. 의사로부터 받은 시술 동의서는 유효기간이 3개월인데 1회에 한하여 연장이 가능하므로 최대 6개월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행한 시술요금을 보험 청구하려면 몇 가지의 서류, 가령 시술지급 신청서, 시술 명세서 및 시술료 금액 영수증, 시술 동의서 등을 양식에 맞게 작성, 구비하여 제출해야 한다. 이 일이 제법 손이 가는 작업이라 대개 관할 협회가 3퍼센트 내외의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주고 있다.

  자 이제부터 떨떠름한 맛이 나는 보험수가 얘기를 하고자 한다.

이 나라의 의료비 부담 비율을 보면, 70세 이상 노인의 경우만 자부담이 10퍼센트이며,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자부담 비율이 3할인데 이 기준이 침안시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자 그럼 무엇이 그리 못마땅하다는 건가. 다름이 아니라 침안시술의 의료보험수가 기준이 터무니없을 만큼 낮게 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 통용되는 침구시술과 안마시술 요금이 사천엔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이렇게 말하는 까닭을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말 현재 침시술은 1회당 1490엔으로 되어있는데 이것을 나누어보면 보험자가 1043엔, 피보험자 즉 자부담이 447엔이 되므로 환자는 값싸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시술자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수가라 하겠다.

  안마는 거의 한심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는 의사의 동의서가 시술 수가를 옥죄는 올가미인 것이다.

  안마가 마땅히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설득력있는 논리는 단순한 피로회복의 수단이 아닌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막상 의사의 동의서는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즉, 의사는 “동의합니다”라는 싸인만하면 되는 게 아니다. 동의서 양식에는 안마시술 부위가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는데, 체간, 우상지, 우하지, 좌상지, 좌하지 이렇게 다섯 부위가 써 있으며, 이 가운데 질병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위에 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다섯 곳 전부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세 곳이나 네 곳 정도 표기를 해주게 된다.

  가령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해 오른쪽에 편마비가 왔다고 한다면 의사는 마비된 우측 상지와 하지 그리고 좀 더 인심을 쓴다면 편마비된 우측 반신을 지탱 하느라고 반대측인 왼쪽의 근육과 관절에도 일정한 증상이 있음을 인정하여 왼쪽 상지와 하지를 추가하여 총 네 곳에 표기를 해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부위 한 곳의 시술 수가가 250엔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네 곳을 인정해주었다고 하더라도 한 부위가 250엔이니 곱하기 4를 하면 천엔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극히 낮은 보험수가를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왕진료라는 항목이 있다. 왕진료는 2키로미터 이내가 1870엔이며 이후 다시 2키로미터가 증가할 때마다 800엔씩 추가되는데 그 한계 거리가 8키로미터까지 인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수지를 맞추려면 바로 이 왕진료 항목을 적절히 활용하여 배보다 배꼽을 키워야하는 희안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이런 수단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에게는 유용한 카드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한 가지 보험적용이 되는 것으로 도수 교정법이 있다. 수가도 520엔으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기는 한데 문제는 위험성을 이유로 이 항목에 의사들이 흔쾌히 서명을 안해준다는 것이다.

  그밖에 전기침과 온열법도 병행할 수 있지만 수가가 겨우 30엔이라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낮은 보험수가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의사의 동의서를 손쉽게 받아낼 수 있는가이다. 이는 전적으로 의사의 재량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년 의료 시장의 경쟁이 높아져가는 이 나라에서 혹여 다소나마 이익관계가 충돌할지도 모를 동의서를 다들 척척 써 줄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심심찮은 것이 현실이다.

부디 이 리포트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우리나라 안마계에 자그마한 힌트가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필자는 현재 일본 나가노현에서 침술원을 운영하고 있다.


- 신홍범 미아비에스테샵 원장

제공: 브레일타임즈 해외 리포트 200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