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점자블록의 탄생 과정과 활용(1)

tosoony 2009. 8. 1. 01:03

  신동렬(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시각장애인의 단독보행은 촉각, 청각, 후각, 근육감각, 잔존시각 등의 감각적 통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구체적이고 확신을 주는 것은 촉각과 잔존시각이다. 점자블록은 이 촉각과 잔존시각을 이용한 것이다.

  일본의 미야케 세이이치 씨는 1967년, 여러 가지 형태의 점자블록을 고안하여 시제품을 만들고 시험적으로 시공해 보았다. 1974년에는 <도로의 맹인 유도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위원회>가 조직되었고, 점자블록을 중심으로 세 차례의 위원회가 개최되어 시각장애인의 도로보행 안전유도 시스템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75년에는 두 차례, 점자블록을 이용한 현장 보행실험과, 또 한 차례의 위원회를 열어 점자블록 설치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걸어본 보행실험에서 이것이 “완전한 유도 방법은 못 될지라도 흰지팡이를 이용한 단독보행의 보조설비로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당시 세계맹인복지협의회(WCWB-World Council for the Welfare of the Blind)로부터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 후 횡단보도 입구, 지하도 입구, 버스 정류장, 공공시설의 출입구, 지하철 승강장의 안전선 등에서 위치를 표시하고, 방향을 지시하며 직선보행을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점자블록의 효용성이 증명되자 여러 가지의 점자블록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기의 시제품들의 재질은 콘크리트와 염화비닐 수지로 하였고, 두께는 점의 높이를 포함하여 콘크리트 제품은 60mm와 35mm, 수지 제품은 7mm로 하였다. 색깔은 황색과 녹색, 넓이는 30cm x 30cm로 통일하였다. 돌출부분의 문양은 모두 점과 선으로 대별되었고, 점의 수는 16개, 36개, 64개까지 다양하였으나 높이는 점이 4~5mm, 선은 4mm로 통일되었다.

  점의 형태도 다양하여, 반원형, 반원절단형, 원뿔절단형, 혼합형 등이 나왔다. 선형은 직선의 4개 돌출선과 L자 형태의 코너용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선의 배치는 4개 선을  고른 간격으로 배치한 것과 가운데를 벌려 양쪽으로 두 개의 선을 배치한 것이 선보였고, 돌출선의 형태는 상부가 평평한 것과 원형 곡선을 이룬 것이 시험되었다. 그러나 그 밖의 문양은 시험되지 않았다.

  시공방법도 일반 콘크리트 고정법, 철사나 리벳을 부착하여 콘크리트로 고정하는 방법, 보도블록과 같이 모래 위에 까는 방법까지 다양하였고, 실내용은 본드로 부착시키도록 하였다. 콘크리트 제품의 표면은 돌가루를 섞고, 하드너와 색소를 섞어 표면이 쉽게 마모되지 않고, 색깔이 벗겨지지 않도록 색소를 재료에 혼입시켰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여 한 때는 53개 종류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사용자들의 평가에 따라 부침하다가, 결국 36개 점형과 4개의 고른 배치 선형으로 귀착되었다. 색깔은 바닥의 색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촉각은 일정한 감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황색과 녹색은, 이론상으로 빛의 스펙트럼에서 가운데에 위치하는 색으로 저시력인에게도 자극이 덜하고 잘 보인다 하여 선택되었으나, 녹색보다는 황색이 일반 도로상에서 이미 주의와 경고를 뜻하는 색으로 사용되고 있고, 녹색보다 산뜻하며,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황색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초기에는 실내용은 64개 점형으로 실외용은 36개 점형으로 구분하였으나, 지금은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보도블록에 맞춰 같은 크기의 점자블록을 만들다 보니, 점의 높이는 같아도 점과 점 사이가 좁고, 선과 선 사이가 좁아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 제품들이 많이 만들어져 시공되었다. 이러한 제품은 형태만 점자블록일 뿐 점자블록의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빨리 폐기하고, 기본형과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제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꼭 30cm * 30cm의 기본형으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작은 블록을 여러 개 붙여 놓더라도 기본형과 같은 간격으로 점과 선이 배치되어 같은 촉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법으로 정한 기본형과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의 선택, 통일된 시공방법, 필요한 장소만 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브레일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