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보이스아이와 오늘의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며

tosoony 2009. 3. 22. 11:24

간만에 봄비가 푸근하게 내리는 주말입니다.


아래  보이스아이와 시각장애인용 출판 인쇄물에 관한 열띤 논쟁을 며칠간 대하면서 저는 요즘이야말로 넓은마을 게시판이 사이버상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아 박수라도 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작은 생각을 올려야할 것 같아 부족하지만 이렇게 잠시 시간을 내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역시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개인적 취향이나 주관적 성향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번 일을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의견을 적는 것이므로 '나는 그래도 좋기만 하다, 싫다'라는 양분적 시각에서 보아주시지는 말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 최근 보이스아이의 로또 협조 요청과 적절성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역시 보이스아이 관계자분들을 여러 차례 만나 잘 알고 있고, 그분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보이스아이의 개발과 보급에 매진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가운데 지금의 라이프 모델까지 업글을 하면서 확대된 기술 변화 상황을 보아왔기에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이번 로또 문제 촉발의 부인할 수 없는 단초 하나는 제품의 기술력 여부를 떠나 보이스아이 홍보 협조를 해당 업체 당사자가 공공 게시판에 먼저 언급을 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아무리 실제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은 부족하며, 정히 그러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면 요청을 한 시각장애인이 좋은 취지로 협조 게시물을 올리도록 뒤에서 참고자료나 백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선에서 움직였다면 훨씬 좋으셨으리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그 협조 대상이 마침 로또였다는 점이 다른 일반 시각장애인들의 감정적인 면을 자극했고 모처럼 협조 요청까지 한 업체가 무슨 무슨 출판사도 아니고 겨우 일부에서 사행성 매체라고까지 생각을 하는 로또냐는 데서 애초에 일부 회원들이 본말전도라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물론 지금은 보이스아이의 해명글을 읽은 뒤라 그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또한 보이스아이 문제와 관련하여 연이어 터진 사용상의 문제 제기 글과 관련하여 갑론을박이 한동안 지속되었는데요.

일단 보이스아이가 쓸모있느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 모처럼의 이번 비판 토론은 너무나 큰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보조공학기기나 소프트웨어들이 극소수의 수요자층을 대상으로 개발 보급되고 있고, 일부 장애인분들는 해당 기기의 사용 소감이나 개선사항을 피드백해주기 보다는 공짜로 주는 물건이니 재미삼아라도 그냥 쓰자라는 의식이 있고, 또 인간적으로 아는 업체 사람들을 겨냥해 나쁜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금기가 일부 작용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기기를 개발하는 업체에게는 득이 되기보다 독이 된다는 점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회원님의 의견따나 업체에 대한 비판글이 자칫 개발 의지를 떨어뜨리고 척박한 우리나라 장애인 보조공학 시장을 황폐화시키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나타난 몇몇 비판글들로 인해서 개발을 접어야 하는 기업이라면 정말로 애지녁에 기기를 개발하지 말았어야 하며, 저는 우리 보이스아이가 그 정도로 허약한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아울러 기업체에서는 금번의 일부 게싶물에서 언급된 바처럼 보이스아이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의구심이나 출판물에 대한 접근매체로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공공 게시판에서 표출되었다는 것 그 자체가 다수냐 소수이냐를 떠나 이미 현실이라는 점을 액면 그대로 받아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을 분석하고 다시 피드백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몫이며, 우리가 아는 세계의 모범적인 기업들 역시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했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리곤 하는 점 종종 들어 보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보이스아이로 촉발된 문제는 업체로서는 어떻게 해야 사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실효성있는 매체로 인정받을지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고, 우리 회원들 입장에서는 내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이 기기가 다른 이들로부터 어떤 리뷰를 얻는지 객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음으로 좀 더 민감한 문제에 대해 화두를 꺼내야 할 것 같은데요.

위의 보이스아이에서도 나타난 바처럼 현재 우리 시각장애인계에서 큰 화두 중 하나는 장애인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권 확대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3월초 우리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 미디어법 통과 공방에 관심을 쏟는 와중에 시각장애인들의 피부에 와닿는 민감한 사안 하나가 의결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이었는데요(넓은마을 브레일타임즈 게시판 기사 779번 참조), 핵심은 시각장애인이 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체에 디지털화된 매체를 추가하되 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록방식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에서는 관련 모임을 통해 우리에게 유용한 디지털 매체와 음성변환 기술 등을 대표 기록 방식으로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제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게시판상에서 보이스아이가 좋으냐, 나쁘냐는 특정 기업체와 개별 사용자만의 취향과 선호도에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강제된 법률이 통과되어 확정된 저작물에 대한 대체 텍스트나 디지털 매체는 선호와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파급과 중요성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 이순간 우리 맹인계의 대체 텍스트나 저작권, 디지털 활자 포맷에 대한 공감대는 어디까지 올라와 있을까를 심각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위의 논쟁이 국회의 법률로써 해당 상임위 의결을 거치는 동안 얼마나 알고 계셨습니까?

또 국회의원들이 특정 포맷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때 우리 시각장애인 다수의 여론이라고 감내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현재까지 우리 주위에서 시각장애인용 독서 또는 활자 읽기 포맷으로 통용되어 온 디지털 포맷만 해도 텍스트 파일 이외에 pdf, 데이지, 이얍 전자교재, 보이스아이에 이어 최근 개발된 e브레일과 vbf 형식까지 얼마나 많은가요.

 거기에 되돌릴 수 없는  점역 파일 형식까지 추가한다면 브라보, 브레일베스트, 브레일 서울, 한소네, 점사랑, 덕스베리 등에서 산출된 여러 아스키 점역파일까지 참으로 머리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들 중 텍스트 파일을 제외한 어느 것 하나라도 시각장애인 다수가 인지하고 널리 보편화되어 있는 대체 텍스트 형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텍스트 파일은 우리의 바램과 달리 아직까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제일 힘든 매체이기에 다른 매체 가운데에서 대안적인 디지털 매체를 골라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은 분명합니다.

이점에서 한가지 염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순간 우리에게 간간히 주어지는 얼마 안되는 불법적인(?) 텍스트 파일을 통한 이용에만 매달리는 사이 앞서 언급한 디지털 매체를 개발한 업체들은 각자 움직일 수 있는 루트를 총동원해 매스컴, 국회, 교육계, 관공서, 기업체와 복지 후원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매체가 표준화되고 최초이자 대표적인 매체라며 홍보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저는 위의 홍보에 전념하는 기업체 자체를 비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개업체 나름의 자신감과 활로 개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죠.

다만 홍보 전략 과정에서 나타나는 본의 아닌 비약과 오보는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예를 몇가지 들죠.

 일부의 디지털 포맷들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자신들의 상품이 우리나라 최초, 때로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일부는 기자가 그렇게 쓰기를 원한다고 하네요)

또 자기들 말고는 국내에 다른 시각장애인을 위한디지털 포맷은 전혀 없으며, 기술적으로도 제일 우수하다고도 합니다.

또 본의 아니게 보이스아이를 거론해야 할 것 같은데요,(회사 스스로 그렇게 유도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신문 기사에 제일 많이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 ㅋㅋ.)

it 기사를 자주 보면 말하는 종이가 처음 나왔다, 귀로 듣는 공문서 개발, 이제 시각장애인도 책을 읽게 되었다 등등 기사가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흝어보면 모두가 예의 보이스아이 기사였니다. 보이스아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출시된 지 오래 된 제품을 가지고 열 번도 넘게 재탕 삼탕하며 신기한 신제품이고 시각장애인이 비로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뉴양스의 잘못된 보도 멘트는 자칫 일반인들이나 법 제정권자에겐 위험스러운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논점에서 다소 벗어났네요.

정리하면 저는 위의 여러 사태에서 비판적이고 진지한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와 사용 평가가 시급하게 정연화되어 모아지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중인 법률안 제정이 자칫 큰 재앙과 혼란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제 부족한 글이 얼마 안남은 시간이나마 여러분들이 시각장애인의 바람직한 디지털 활자 매체 지정과 접근권에 대한 고민과 제정을 하는 데 작은 촉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말씀드린 이번 보이스아이 문제는 한 기업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쓰디 쓴 약으로 받아 들였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제 글이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오해나 불편을 주지 않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 마치겠습니다.

여유있는 주말 되세요.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