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모든 정권이 탐내는 권력은 언론 장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5.16 쿠데타 때는 '은인자중'했다고 자칭하던 놈들이 총칼들고 방송국부터 난입했고, 전두환은 맘에 안드는 언론사를 쓸어모아 강제로 합쳐버리는 무식함을 서슴지 않았다.
관영 언론 KBS에 대한 시청 거부는 90년대 김영삼 정부때에도 관행처럼 이루어졌고, 민주화되었다는 김대중 정부도 눈에 가시처럼 물고 늘어지는 꼴통 조중동의 특권을 없애기 위해 세무사찰을 들이대며 족벌 언론을 손보려 했다.
물론 당시 조중동은 자기네들이 무슨 국민의 양심인양 지면을 도배했고 이 역시 유야무야 퇴색되어 버렸다.
말도 많던 노무현 정부, 조중동은 고졸 출신의 무식한(?) 대통령 당선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고 첫 날부터 씹어대기 시작했다.
참지 못하는 노대통령 역시 수시로 꼴통 언론의 악의적인 편파 보도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자제력을 상실하여 흥분과 막말은 했으나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집권 내 손을 보지 못하고 넘어갔다..
그 덕에 한 때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이포함된 대화 이슈가 국민적 스포츠 정도로 회자되기도 했었다.
이제 정권이 바뀐 지금, 지난 10년간 언론 특히 tv 방송만 도와주었다면 두 번 다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는 구제불능의 착각에 휘말린 이 정부는 전쟁에서 이긴 이권의 전리품과 감투의 단맛에 빠져 뜯어먹기 바쁜 1년을 보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인터넷과 방송사 입을 틀어막고 자기들 손안에서 주물럭거리기를 원했던 그들은 취임 일성의 미디어 전략으로 찬찬히 하나씩 뜯어먹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YTN, KBS에 이어 드디어 최종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MBC 장악 시도를 꺼내놓았다.
특히 때마침 들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는 이 정부에겐 뜻하지 않은 호재(?)로 한순간에 둔갑되었고, 경제발전과 국가안보 속에서 국민은 어려움을 감례해야 한다고 하며 독재를 미화시켰던 박정희를 연상케 만드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청와대 지하 벙커 워룸에서 결연한 모습으로 회를 하고, 전국에서 공사판 소리가 들리도록 해라라고 하는 지시는 정말 유령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시대 경제가 어렵다고 민주주의도 졸라매고, 인권도 포기하고, 언론도 틀어막는 것쯤 어떠냐는 박정희식 유령 논리가 과연 얼마나 수명이 갈지 참 궁금할 뿐이다.
다행히 이 경직되고 공포 분위기의 세상 속에서도 방송법에 대한 국민들의 자각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돌격대'처럼 전광석화로 처리하면 된다는 청와대의 오만이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항상 성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인터넷 틀어막기의 수단으로 적시에 꺼낸 미네르바 카드에 흐뭇해하는 저들을 보며, 또 그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한채 자기들이 마치 무슨 제대로 된 우익인 양 날뛰는 부류들을 보며 앞으로의 4년이 악몽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변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자.
앞에서도 말한 언론 장악의 시도는 항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권이 바뀌는 순간 집권당은 다시 반대편으로 모든 언론을 엎어놓게 될 것이고, 또 으례껏 그렇듯이 과거의 여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외신에 얼굴을 내비칠 테니까..
누가 아는가..
어느 기자가 비유한 것처럼 진중권이 조선일보 사장에 내정되고, 한겨레 경향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동아일보 제1 주주가 되어 말 안듣는 기자들을 해직할지..
참 웃기는 비약 아닌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의 정권이 이 제도를 잘 뿌리내려 준다는데, 다음 정권을 기다리는 이들은 욕 안먹고 코 푸는 꼴 될 터이니 말이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웹접근성과 소수자로 살아남기 (0) | 2009.03.28 |
---|---|
보이스아이와 오늘의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며 (0) | 2009.03.22 |
방송법과 경제위기를 호재로 바꾸는 능력 (0) | 2008.12.25 |
[스크랩] ‘보수’의 칭호가 부끄러운 언론 (0) | 2008.05.11 |
잣대 (0) | 2008.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