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의 담장 사라지게 한 대전시청

tosoony 2008. 12. 15. 23:26

                 마음의 담장 사라지게 한 대전시청


  문성준(대전맹학교 교사)


 얼마 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장애인단체 직원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대전시청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물 없는 환경인 BF 인증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각장애인으로 평소 흰지팡이 보행으로 통근을 하면서 정안인의 발걸음으로 10여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가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길고 긴 험난한 길인가를 매일 실감하고 있는 필자에게 금번 대전시청의 시도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요즘 또 하나의 대전시청사와 만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그것은 최근 사이버 상에서 새롭게 문을 연 대전시청 홈페이지다. 이번에 새로 단장한 대전시청 홈페이지는 험난한 장애물 투성이였던 오솔길이 탁 트인 고속도로로 바뀐 느낌 그 자체였다. 평소에도 대전시가 벌이는 주된 사업과 대체적인 시정소식은 방송이나 점자 시정소식지 등을 통해 일부 접해오긴 했으나, 거대한 대전시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동적인 행정과 정보를 모두 접할 수는 없었다. 특히 내가 포함된 대전시민이 시에 바라는 다양한 목소리와 지역 구석구석에서 펼쳐지는 시정의 손길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본인은 바뀐 대전시청 홈페이지를 순례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맹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접근 방법을 교육하는 본인에게 제일 큰 애로는 학생들이 꼭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시각 중심의 화려한 그래픽으로만 구성되어 화면읽기 프로그램으로는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또 일부 공공기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시각장애인용 홈페이지들은 원래의 페이지에 비해 탑재된 내용이 다르거나 빈약하여 형식적이라는 비난만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전시청 홈페이지는 달랐다. 무엇보다 화면 가득히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메뉴와 정보들이 지난 봄 발효된 장애인 차별금지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조항에 명시된 인터넷 웹 콘텐츠의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여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배치된 것이다.

 이번에 새로 단장한 대전시청 홈페이지에서는 화면 상단에 다양한 바로가기가 만들어져 홈페이지의 주요 메뉴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와 배색 조정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대부분의 그래픽 메뉴마다 대체 텍스트가 포함되어 자유롭게 분야별 홈페이지로 이동하며 내용을 검색할 수 있어 반가웠다.

 한편 대전시청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느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각종 메뉴들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방대한 반면 각각의 분류에 대한 안내 문구는 적어 초보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일부의 시각장애인용 바로가기가 동작하지 않았으며, 게시판 작성시 본문을 텍스트로 작성할 수 없다는 점은 차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올 한해 유행했던 키워드 중 하나로 '소통'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고 있다. 나와 너, 부모와 자식, 정부와 국민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은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소통의 진정한 의미는 서로에게 나타날 수 있는 마음의 오해와 담장이라는 벽을 제거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올 한해 대전시가 오프라인과 사이버 공간에서 동시에 허문 두 개의 담장은 대전에 거주하는 모든 장애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열어준 뜻 깊은 사례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대전시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시장님 이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 2008년 12월호 점자판 대전 시정소식지 독자마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