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느니라

tosoony 2005. 4. 11. 00:02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느니라!

 

 稈좋은생각稈2002년 3월호에 실린 글이다. 稈? 어느 날 우체부가 배달한 소포를 받고 누군가가 소포를 묶은 끈을 가위로 끊으려고 하자 그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끊지 말고 풀어라. 그렇게  툭 하고 끊어 버릇하면 마음도 그렇게 된다.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느니라.  금오 스님께서는 물건을 싸서 묶을 때에도 꼭 고를 내어 풀기 쉽도록 했다.?稈稈나의 행자 시절稈- 탄성 스님의 글 중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이 글을 읽은 이후로는 묶인 것을  툭 하고 끊던 버릇을 버리고 일부러 풀어 버릇하곤 한다. 그런데 복잡하게 얽힌 것을 푸는 일은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끊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인내와 땀방울이 필요하다. 하지만 푸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만큼 분명히 얻어지는 것도 있다. 한 번에  툭 하고 끊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아주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서 인간미를 발견하게 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신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내면적으로 볼 때 얽히고 꼬인 인간관계가 근저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고민의 해결책으로 마치 가위로 묶인 것을 쉽게 끊어내듯이 관계의 단절이라는 방법을 선택하려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우선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얽힌 것을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삶의 모습이다.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를 떠나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세상 그 누구도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사람들하고만 관계 맺고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관계 맺고 있는 사람과 불편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택해야 할 지혜로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관계의 단절이라는 쉬운 방법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와 땀방울이 필요한 어려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관계의 단절은 당장은 쉽고 편할지 모르지만 십중팔구 본인에게 혹은 본인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소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묶인 것을 볼 때마다 끊어 버릇하기보다는 풀어버릇하면서 지내면 어떨까 싶다.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느니라!

 

사회사목국 차장 나 봉균<요셉> 신부.

대전맹 bbs 믿음과 평화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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