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이제 미국식 영어점자는 No! ‘통일영어점자’를 소개합니다

tosoony 2018. 3. 1. 19:24

 

  근래 시각장애인계는 은연중 학습 활동에 불타고 있다. ‘점자’가 전반적으로 개정되면서 새로운 것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단연 압권이 바로 ‘통일영어점자’다.
  ‘통일영어점자’는 국제화 시대의 문자언어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영어점자이다. 통일영어점자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각 국가마다 영어점자가 상이했고, 수학·과학·컴퓨터 등 이공계 분야의 점자와도 달랐다. 표현 체계가 다르니 이해하는 데도 자연히 혼선이 생겼다. 이에 단일화된 영어점자 체계의 필요성을 느낀 영어권 국가의 점자 전문가들이 1991년부터 13년간 노력해 ‘통일영어점자’를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올해부터 정식 적용되었다. ‘통일영어점자’나 ‘미국식 영어점자’나 똑같은 영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
  * 통일영어점자 VS 미국식 영어점자, 무엇이 달라졌는가?
  통일영어점자와 미국식 영어점자의 차이를 일일이 짚어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변하고 추가된 규정이 제법 많은 까닭이다. 여기서는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만 살펴본다.
  첫째, 구절표와 합자표, 글자체표, 중괄호 등 미국식 영어점자에는 없는 새로운 기호가 추가됐다. 그중 글자체표는 점자에서도 다양한 글씨체를 나타낼 수 있어 표현 영역이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식 영어점자에서는 굵은 글자나 밑줄 친 글자처럼 다른 글씨와 구분되는 글자는 모두 ‘이탤릭 기호’로 표현했다. 하지만 통일영어점자에서는 이탤릭체뿐만 아니라 밑글자체, 필기체 등의 기호가 따로 있어 여러 개의 글씨체를 나타낼 수 있다.
  둘째, to, into, by, dd 등 9개 약자가 폐지됐고, 약자와 관련된 여러 예외 규정을 개정하여 학습에 대한 어려움을 낮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자면 이제 mistake에서 st 약자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어문 점자와 수학·과학·컴퓨터 점자를 통합해 학습의 편의를 도모했고, 점자의 부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점자와 묵자의 일대일 대응을 원칙으로 삼아 표기의 정확성을 향상시켰다. 가령 미국식 영어점자에서는 and, for, of, the, with가 함께 나올 경우 두 단어를 붙여 썼다. 그러나 통일영어점자에서는 묵자 표기를 따르도록 하여 일치성을 높였다
  “점자 기호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언어, 문자가 사회 흐름과 시대 환경에 따라 변화하듯 점자 기호 역시 편의에 맞게 발전할 필요가 있죠.”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영일 교수는 통일영어점자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변화가 낯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점자 기호’라는 틀에만 얽매인 편중된 자세는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도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김영일 교수는 “통일영어점자의 도입이 경직된 틀을 깨고 점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 통일영어점자 해설집 마련이 시급!
  ‘통일영어점자’는 교과서, 일반도서, 이공계 자료 등 음악을 제외한 모든 영문 자료에 통용된다. 그러나 이런 범용성을 지녔음에도 통일영어점자로의 진입 장벽은 만만치 않다. 학습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특수학교 교과서도 고등학교 2~3학년 적용은 제외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통일영어점자규정집만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규정집은 학습자보다는 점역교정사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만큼 학습자에게는 다소 맞지 않는다. 점형이 변하거나 규정 일부가 변경된 탓에 익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규정집이 있긴 한데, 문제풀이는 없더라고요. 학습하기에는 예전 ‘한국영어규정집’처럼 규정을 익히고 연습문제나 종합문제가 나오는 방식이 좋은데 말이죠.”
  시각장애인 L 씨(28세)는 그렇게 학습에 난해함을 표했다. 현재 복지관 등에서 통일영어점자 수업을 진행하고 온라인 강의도 마련되어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으면 참여하지 못하고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은 방법은 독학이지만 그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점역을 옳게 했는지, 규정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판단할 기준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소식은 ‘통일영어점자 해설집’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격시험을 앞두고 규정집만 마련된 환경이 아쉬웠고 누군가는 나서야겠구나 싶어 시작했습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관장은 해설집, 교재 제작 동기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초벌 번역한 거라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하루빨리 학습자에게 맞춘 통일영어점자 교재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통일영어점자는 활용성 면에서 우수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학습적 여건이 갖춰지지 못해 그 빛이 바래고 있는 감이 있다. 빠른 보급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 점자새소식 2018년 3월 1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