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폰에서 사진을 혼자 찍어보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넘겨받아 무엇인가로 작업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진 세로화면방향 3월 26일 선명함'이라는 식으로만 말해주는 보관함에 모아진 사진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작년 어느 때인가 아이폰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명을 말해줄 때 종종 아이폰 스스로가 사진 내용을 분석해 핵심적인 이미지를 말해주기 시작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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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작년 추석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 앞에서 찍은 사진에는,
'사진 묘비, 가로화면방향 9월 28일 아주 선명함'...
다른 분이 좋은 지리산 경치라며 보내준 사진을 쓸어내리면,
'사진 산과들 울타리, 가로화면방향 7월 27일 선명함' 등등...
가끔은 엉뚱한 설명도 붙곤 하는데, 야외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입을 벌리고 좋아하는 모습에는,
'사진 비명을 지르는 모습, 가로화면방향, 약간 흐림'...
과 같이 미소가 떠오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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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재미난 이미지 해석 기술은 이미 페이스북에도 도입된 지 오래되었다.
사진과 함께 올려진 페북 글에는, 아래와 같은 음성이 따라붙고 있다.
이미지: 사람 두명, 실외, 나무, 하늘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사람들이 잠을 자는 중, 근접 촬영,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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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작은 기술이지만 아예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라고만 치부했던 매체에 대해 혼자서 무언가를 분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장애인의 접근성 차원에서 큰 진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고무적인 건 이러한 사진 데이터베이스가 모아지고 분석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이고 몇 년 안에 디테일한 화면의 상황도 자세한 화면해설이 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리라.
그 때가 되면 어쩌면 시각장애인 사진가가 나타나 전시회를 열어 서로 감상을 나누는 그런 날이 올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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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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