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장마와 퇴근길

tosoony 2016. 7. 6. 01:03

하루종일 오락가락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장마.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때를 아는 이 자연의 순환이 작지만 고맙게도 느껴집니다...

퇴근 무렵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얼른 학교를 나섰습니다.
음향신호기가 달린 횡단보도를 두개 건너야 집에 도달할 수 있기에 주머니에 들어있는 리모콘을 뒤적뒤적 꺼내 멀리서부터 간간히 눌러보며 정확한 횡단보도 위치로 다가갑니다..
어라, 그런데 두 번째 횡단보도에서 울려야 할 휘파람 신호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리모콘 약도 충분하고, 주변의 차 소리도 나지 않는데 꿈쩍도 않는 음향 신호등 소리.
그제서야 오늘 내린 장마비로 또 고장이 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밀려온 작은 두려움~~~
짐작으로 무단횡단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서 혼자 무작정 길을 건넌다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인지 비장애인들은 아마 모를 겁니다.
몇 번을 고민 고민하다가 차량의 엔진소리가 내 앞에서 차례로 멈추는 기색을 느끼며 가만가만 길을 건너갑니다.
이럴 때는 서두르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기에 일부러 더 천천히 길을 건너 무사히 맞은편 인도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마 전 시정소식지 잡지에서 읽은 대표 신고전화인 '120'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상담원도 음향신호기 고장 접수를 받는 데 낯설음이 없는지 검색을 해가며 위치를 찾아 접수를 해주었네요.
언제야 되려나...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당부를 하나 더 했습니다.
고장난 기계를 수거해 갈 때에는 대체 음향 신호기를 곧바로 달아 위험한 채로 시각장애인들이 도로로 내려서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