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미끼

tosoony 2015. 9. 6. 14:03

잘 쓰지도 않는 무선전화기가 어느 때부터인가 통화가 되지 않은 채로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수 십년 간 쓰면서 가끔씩 텔레뱅킹같은 세심한 통화나 핸드폰 무선망의 재해 때는 이거 밖에 없다는 둥...

음질좋은 전화는 무선전화기가 딱이라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두다가 개학을 앞두고 아내에게 퇴근길에 수리를 맡겨달라고 부탁을 했다.

 

언젠가부터 가전제품 구매는 각각의 매장이 아닌 양판점에서 편하게 사는 게 몸에 밴 탓에 집근처 전화기 구매 매장인 '하x마트'에 고장 물품은 맡기기로 했다.

며칠 후 이런 저런 수리비가 들었다며 찾아가라는 전화에 다시금 아내에게 퇴근길에 들를 것을 부탁하고 다음 날 저녁부터는 말짱해진 무선전화기를 무사히 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깜박 잊었다며 조그만 편지같은 봉투를 내민다.

그 날 수리 물건을 들고 나오는데, 매장의 직원 왈, '우수 고객이라며 감사의 표시로 5만 포인트 증정 상품권을 드리는 것'이라나..

안그래도 내 귀찮음 때문에 그간 딸아이 노트북부터, 김치냉장고, 그 전에는 대형 TV까지 골고루 이용해 오긴 했다만 5만 포인트라면 5만원인데 이 사람들, 생각보다는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네 하며~~ 약간의 의심을 품은 채로 받아두었다. 며칠 후 내 컴퓨터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 상품권 봉투를 열어 본 활동보조 아주머니께서 하신다.

'이거, 사용 기한이 9월 6일 이번 주 일요일까지인데요....'

깜박했구나.

소비자의 판매 촉진을 위해 사용 기한을 짧게 잡아 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 정도는 이해해줄 만 했다.

당분간 가전제품을 살 일은 없다만 5만원이면 usb, 스피커, 허브 등등. 차를 몰고 잠깐 다녀와도 남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암만 해도 미심쩍은 구석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전화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여자 직원은 내가 5만 포인트 상품권을 갖고 있고, 이번 주까지 사용하려 간다는 말에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영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잠시 내 번호로 검색한 후에 답을 해준다.

'고객님, 그 포인트 증정 상품권은 아무 거나 5만 포인트 하에서 구매가 가능한 게 아니구요, 저희들이 사전에 정해 놓은 상품들, 가령 대형 냉장고, 대형 TV, 세탁기를 구매하실 경우에 한해서 가격을 5만점을 차감해 드릴 수 있다는 상품권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염장을 더 지른다.

'시간 되시면 제가 어떤 회사의 가전제품들이 해당되는지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ㅎㅎ'

'아니 충분합니다.'

전화를 끊고 곧바로 두툼하고 고급스럽게 봉투에 담긴 종이뭉치를 벅벅 찢어버렸다~~~ㅠㅠ

 

아무리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고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불러내기 위한 수단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허접한 '미끼'를 쓸 만큼 고객을 우습게 보는가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든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문제의 상품권 봉투에 쓰인 문구,

'롯데 하x마트 증정 상품권' 중에 쓰인 기업체 이름과 로고가 더욱 화를 부추긴다.

아직도 정신 못차렸군~~~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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