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화장실에서

tosoony 2015. 8. 20. 23:14

여름 한낮의 직장 남자 화장실.
작고 밀폐된 공간에서 어쩔 수 없는 긴 시간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 앞쪽에서 푸드득하는 벌레의 느낌을 받고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두려운 의혹 하나...

'혹시 모기?!!!'

갑자기 몰려온 걱정스러운 생각과 때맞춰 왼쪽 팔뚝이 근질거린다.
몇 번 긁지도 않았는데 살갗은 부풀어오르고...

여름 내 몇 번인가 물려본 모기로부터의 흡혈 느낌이건만,
하지만 오늘의 이 낯선 경험은, 바로 분노~~~
아무리 미물이지만 이렇게나 야비할 수가.
인간으로 하여금 원치 않게 꼼짝 못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과 장소에 몰래 숨어서 무방비의 포동포동한(?) 맨살을 향해 손쉽게 공격하다니~~ ㅋㅋ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교무실로 달려와 며칠 전 동료가 책상 밑에 뿌려대던 스프레이 생각이 나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끝에 결국 찾아냈다.
마침 아무도 없는 남자 화장실로 다시금 달려온 나는 세 칸의 비어있는 밀폐 공간에 엄청난 양의 살충액을 각각 뿌려넣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문을 쾅 닫고 걸어나왔다.
화장실에서 스프레이를 들고 나타난 내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저 부어오른 내 왼쪽 팔을 보여줄 뿐~~~...
'처절한 복수극이라고 들어봤어?'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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