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불법주차

tosoony 2014. 8. 31. 20:09

명절이 가까와오는 주말, 대형 마트가 있는 통근길을 지나간다는 것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것도 없을 것이다.

차량의 이동이 적은 이면도로와 골목길, 심지어 횡단보도 흰선 안에까지 온통 뒤덮인 이중 주차된 차들을 피하다보면 어느틈에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오늘도 어김없이 횡단보도 인도 올라서는 곳을 가로막고 있는 승용차 한대.

평소 가다듬은 습관처럼 일부러 헤매는 양 소리나게 케인으로 빈 차 허리를 두들기고 돌아선다.

'블랙박스라도 있다면 자신이 잘못한 게 뭔지 알겠지~~ '

그런데 덜컥 문이 열리면서 당황해하는 운전사가 뛰어나온다.

'조, 조심하세요~~'

늘 비어있는 차에 화풀이를 했는데 오래간만에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

'이런 곳에 차를 주차하는 건 불법인 줄 모르세요? 이러다 저같은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배상까지 하셔야 한다구요.'

미안해하며 부리나케 차를 출발시켜 가버린다.

 

요즘 세상속 뉴스에서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자기 자식의 목숨을 빼앗긴 수 백명의 부모들의 절규가 가득하다.

넉 달이 넘도록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해결되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싸움을 벌이는 유가족의 마음을 그 누가 이해할까.

그런데 그들에게 오히려 비난과 원색적인 손가락질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제까지 tv를 보며 눈물을 훔치던 이들, 내 아이, 내 동생같다며 함께 위로하던 이들은 다 어디가고 유가족 뒷조사에 흑색선전과 돈벌이, 경제 논리와 민생법안 처리에 국가가 기울고 있다는 논리까지.

일부 신문에 이어 정당까지 온통 야단법석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일을 당한 이들의 대처가 최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원인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이제 그만 좀 해라, 배후의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또다른 색안경으로 매번 이 사회의 약자를 바라보는 논리가 득세하는 걸 보며 음습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노파심일까.

약육강식 세상에서 힘있는 자들이 주류라며 큰소리치는 사회, 그 속에서 작은 이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지 않냐는 논리 속에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는 외국 종교 지도자의 말은 무색해지고, 몇 안되는 장애인들 때문에 겨우 세운 차를 미안해하며 빼야 할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작은 일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함께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게 이리도 힘든 것일까...

나는오늘 이것이 두렵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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