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접근성, 장벽없는 세상을 함께 하려는 가치관에서부터 시작해야

tosoony 2013. 5. 3. 02:18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가치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복지 서비스가 증가하고 사회 문화적으로도 차별 없이 소수자도 방송과 문화 콘텐츠에 동등하게 접근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신설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이러한 접근권 중에 정보접근에 관한 권리로 최근 '웹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을 제정했다. 1년 뒤인 2008년부터 공공기관 등을 통해 단계적 적용을 거친 이 법은 오는 4월 11일부터는 일정 숫자를 갖춘 대부분의 기업체, 포털, 온라인 쇼핑몰 등 모든 민간 법인에 의무화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내 시각장애인 가운데 웹서핑을 자유롭게 즐기며 원하는 사이트를 검색하는 데 만족하는 이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21세기 한복판에서 장애인의 웹접근성 개선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와 그 대책에 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무엇보다 해당 정부기관과 기업체의 낮은 인식 수준을 들어야겠다.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적 유예 기간을 주었음에도 상당수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들은 지금껏 웹접근성이 무엇이며, 왜 굳이 재정 지출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지방의 소규모 국가 산하단체와 중소 규모의 기업체 등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는 물론 정부 차원의 홍보 부족과 솔선수범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시각장애인계에서도 스마트 기기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모바일 접근성 지침을 제정했지만 실제로 필자는 이를 어기는 공공기관이나 업체를 단속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기업체 스스로가 웹접근성 문제가 단속에 못이겨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지출이 아닌 장기적인 입장의 투자라는 관점의 변화를 가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허술한 관련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 현 제도에서 접근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할 뿐 아니라 화려한 그래픽과 플래시 이미지 등으로 치장된 사이트를 어떻게 수정해야 시각장애인의 사용성 편의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개발자들의 식견이 전무한 형편이다. 또한 이를 어겼을 때 받게 되는 제제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을 수 있는데, 현재 불이익을 당한 장애인 본인이나 기관이 인권위에 해당 사이트를 제소하고 상대가 고의적으로 이를 외면하는 등 오랜 시간을 거쳐야만 벌금을 부과받게 되어 있어 실제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실제 시각장애인이 사이트 담당자에게 개선건의를 해도 이런 저런 핑계와 사정을 대며 시간만 끄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접근성 개선을 희망하는 업체가 쉽게 문의를 하고 부담없이 웹접근성 개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 또한 평가에는 기술적인 지침 준수 여부 뿐아니라 시각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사용성 평가를 반드시 필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 하겠다. 아울러 정부 당국에서는 악의적으로 개선을 외면하는 기업에 대한 실제적인 단속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들 내부의 관심과 참여가 아쉽다. 웹접근성은 장애인과 노약자 등 모든 이들에게 공히 도움이 되는 조항이지만 사실 상당수는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조항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변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상당수가 PC와 스크린리더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기 보다는 몇몇 텍스트 위주의 telnet 통신망 접속과 mp3 음악감상 등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형식적인 접근성 개선을 하거나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에 대한 무용론을 펴기까지 한다.

다행히 최근 국내 몇몇 시각장애 단체를 중심으로 웹접근성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과정이 생겨나고, 일부 시각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지침을 어기는 대형 업체에 대해 법적 제소를 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더해 우리들 스스로가 평소에 원하는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고 작은 불편사항 하나에 대해서도 건의를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일 때에만 비로소 기업체 스스로도 웹접근성의 투자 가치를 실감하지 않을까 한다.

 

이상에서 오는 4월 11일 최종 시한을앞둔 웹접근성 준수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난 2011년 개봉된 영화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인 주인공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터치와 tts를 통해 전화를 걸고 치한으로부터 도망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웹접근성이란 단순한 소스 코드 몇 개의 기계적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일한 대상에 접근하고 같은 물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치관을 공유하자는 것이 진정한 취지가 아닐까. 다시 한번 시각장애인이 사이버 공간에서 편리하게 웹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