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각장애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tosoony 2013. 2. 2. 01:42

 

우리나라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아 부모들의 염원이었던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애인 교육법)과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특수교육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전국적인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설치와 교실 내 보조원 배치, 다양한 공학기기의 보급 등은 특수교육의 의미있는 발전 사례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외면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시각장애 교육 환경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통합교육 확산에 따른 맹학교의 학생수 감소, 중복장애 학생의 급증, 학부모의 교육 서비스 확대에 대한 요구, 직업교육의 위기 등은 오늘날 우리나라 맹학교가 안고 있는 큰 숙제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우리나라 시각장애 교육 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첫째, 통합교육과 중복장애 학생 증가에 따른 맹학교의 새로운 위상 정립이 시급하다. 의학의 발달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 증대 및 고성능 저시력 광학기기의 보급에 따라 날이 갈수록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학습하기를 희망하는 저시력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진행성 질환으로 맹학교에서 학습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겠으나 통합교육이라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맹학교의 경우에도 관내 일반학교에서 재학중인 저시력 학생의 수가 이미 맹학교 전체 학생의 2배를 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계에서는 약 6배가 넘는 학생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맹학교 재학생수는 매년 감소 추세에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급과 교사를 감축해야 하는 실정에까지 놓여 있다고 한다.

그에 더하여 맹학교에 잔류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하나 이상의 장애를 동반하고 있거나 공통교육과정 학습이 어려운 중복장애 학생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교육과정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에 처해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겪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맹학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로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저시력 지원을 전담하는 센터를 개설하고 관내 일반학교에 방치된 채 제대로 된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광학기기 보급, 확대교과서 제작, 주말을 이용한 열린교실(아웃리치)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특화된 서비스를 주관함으로써 지역의 시각장애 교육의 중심 센터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러한 서비스가 일개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대다수의 통합된 학생들은 물리적 장소만 통합한 채 실질적인 통합교육 서비스는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학교에 산재한 저시력 학생을 체계적으로 발견해야 하며, 저시력 교육과 재활공학에 대한 전문적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맹학교 교사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복장애 학생 교육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맹학교에서 내실있는 지원 체제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그 이유로는 맹학교의 교육과정이 일반학교와 같은 공통교육과정을 위주로 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고등 이상의 과정에서 안마 등의 전문 이료인을 양성함에 따라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체계적인 서비스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일선 맹학교 초, 중학 과정 학급에서 중복장애 학생이 단순 시각장애 학생에 비해 다수를 구성하는 사례는 흔한 사례가 된 지 오래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전문 교육과정 마련과 교사의 연수 및 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설비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둘째,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교육가족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동안 매스컴을 장식한 장애 학생 인권 침해와 부족한 특수교사 수급의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학부모 및 교육가족의 요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내외적인 위협으로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이료교육과 직업재활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일선학교 역시 학생들의 교육과 직결되지 않는 행정 잡무와 부족한 이료교사에 따른 과중한 수업 시수 등의 문제로 이들 현안에 대해 역량을 집중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이료교육을 전담하는 능력있는 교사의 채용을 확대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전공과정의 학생을 중심으로 실제 이료 창업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경영 및 마케팅 노하우를 체험할 수 있는 소위 창업 준비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창업과 경영에 대한 자신감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변화의 기로에 선 일선 맹학교와 시각장애 교육의 문제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았다.

2000년대 교육 페러다임의 변화는 교육 수요자의 선택과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분리교육과 통합교육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전달모형을 수요자가 적절히 선택할 수 있고 그에 적합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오늘날 맹학교가 겨꼬 있는 변화의 격랑은 위기이면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이다. 그것은 분리교육이나 통합교육 모두에서조차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문적인 시각장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는 유일한 주체가 바로 맹학교와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시각장애 교육은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는 참된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 당사자와 학부모 등 교육가족 모두가 자신이 희망하는 미래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점자새소식 사설 2013년 2월 1일자 기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