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새벽녘에

tosoony 2012. 6. 24. 07:43

일찍 찾아온 한여름 더위 속, 토요일날 회의가 있어 오후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보니 집에 오고 나니 맥이 풀린다~~
딸아이가 간만에 새로 생긴 집앞 도미노 피자 시식을 하자하여 시켜보았는데, 영 기대상실, 실망스럽기만 하다~~(다신 이름보고 시킬 게 아님)
할 일은 산더미같은데 괜히 잠이 쏟아져 거실 쇼파에 기대본다.
딸아이 가 우리 집 쇼파에 붙여준 이름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악마의 쇼파'~~ ㅎㅎ
 한번 기대거나 비스듬히 몸을 의지하는 순간 그날밤은 완전 끝장이라나. 잠의 구렁텅이에 빠져 새벽이나 아침에 눈을 뜨게 만드는 몹쓸 가구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이사하면서 새로 들인 우리집 푹신한 쇼파는 거의 간이침대 역할을 수행해 온 게 사실이었다.
아무튼 갑자기 눈을 벌떡 떠보니 예의 악마의 유혹에 빠져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 ㅠㅠ~~
또 망했군..
아내가 덮어 주고 간 이불을 벼락같이 치우고 정신없이 샤워를 하고 컴 앞에 앉아 본다.
새벽 4시 50분~
지금부터 못한 여러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문득 새벽의 맑은 공기가 그리워져 내 방 창문을 열었다.
푸드득~~ 하며 깜짝 놀란 비둘기 녀석들이 혼비백산 날아간다.
이미 오래전에 내 방 창문 바깥 에어컨 환풍기 위를 자기들 집인양 전세놓고 사는 것들이다.
조금 있으니 다시들 안심하고 몰려와 구구거린다..
요것들 참.. 내가 무서워할 게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아는 거 아녀?
집안에서 들리는 이 스크린리더 소리에도, 오디오의 음악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저놈들.. 완전 적응됬다니까~~ ㅎㅎ)

모든 이가 잠든 새벽..
나만이 이 시간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도 더 부지런한 것들이 많다는 걸 또 한번 알게 된다.

새벽녘 혼자 입에 대흔 원두커피가 참 끌리는 시간이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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