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교실 칠판에는 '부모님'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차례대로 나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한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저희 아버지는 철강 회사 간부십니다.
부하 직원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시는 걸 보면
아주 멋져 보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미인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미인' 이라고
부르라고 시켰습니다."
와하하, 교실에 웃음이 번졌지요.
그런데 다음에 발표할 아이를 보고
선생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자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을 것 같은 생각에
선생님은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조용하게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돌봐야 할 자식들이 아주 많습니다.
많은 아이들 때문에 항상 바쁘시지만
제가 밤에 불 끄고 누우면
잘 자라,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말씀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잘된 일이라고 느끼면서 잠들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평범한 발표로 생각하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 어머니는 보육원의 수녀님일 터였습니다.
선생님은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발표를 마치고 내려온 아이를
꽉 껴안아 주었습니다.
- 무명 (새벽편지 가족) -
봄기운 가득한 하늘에
큰 소리로 외쳐봅시다.
태어나서 다행이다.
- 그 어떤 불행도 삶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
- 사랑밭 새벽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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