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증장애인 고용 촉진하는 ‘더불카운트 제도’
장애인이라면 장애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한 번 쯤은 받는다. “장애인들은 나라에서 연금을 안 받나요?” 이럴 때마다 붙들고 천만의 말씀이라며 하소연할 수도 없고 속 터지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장애인이라는 조건 하나만 보고 주는 연금은 없다.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연금이 있긴 한데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에 한해서 제공되는 소득보전수단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하며, 취업이나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이전에 가입하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이전 이미 장애가 발생한 경우라면 장애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처지는 장애가 있든 없든 모두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에게 정작 어려운 것은 연금이 없으면 일자리라도 많아야 할 텐데 사회적 편견과 지원 부족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도 채용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장애인 내에서의 소외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장애인의무고용제와 장애인구분모집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 정원의 3% 이상, 50인 이상 고용사업주는 상시 근로자의 2% 이상을 의무고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는 벌금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발표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등 민간부문 장애인 근로자는 89,664명, 고용률은 1.72%로 전년대비 17.4% 13,260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 내에서 중증장애인의 소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채워야 하는 고용주들이 상대적으로 장애가 덜한 경증장애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08년 장애인근로자 가운데 중증장애인은 17.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04년에는 29.1%였으니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 외국의 더블카운트제도
이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중증장애인의 고용에 특별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의무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는 독일, 일본과 같이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제도를 시행하여 중증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개발원 2008년 자료를 보면, 독일은 이미 1919년 중증상해인의 고용에 관한 규정의 제정에 따라 모든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고용주에게 고용인원 100명당 1명의 중증상해인을 고용해야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후 1974년부터는 16인 이상 인원을 고용한 모든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고용주는 6% 이상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다 다시 2001년부터는 중증장애인 의무고용률을 5%로, 중증장애인 고용의무 기준은 20인 이상으로 조정했다.
여기에다 독일은 일정한 중증장애인을 고용했을 경우 최대 3명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복수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도 더블카운트제를 채택하여 장애정도가 1,2급인 중증장애인 1인을 고용했을 때 장애인 2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2003년 장애인고용현황을 보면 중증장애인 수는 65,652명이고 중증 이외의 장애인은 115,789명으로 전체에서 중증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6.2%나 되었다. 이 비율은 1993년 21.1%에서 상승한 것이었다.
▲ 우리나라의 더블카운트제
이제 우리나라도 더블카운트제도를 규정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지난해 10월 9일 공포되어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장애인 고용인원을 산정하는 경우 중증장애인의 고용은 그 인원의 2배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고용으로 보는 제도다. 고용장려금 지급금액을 산정할 때는 적용되지안고 사업주의 장애인의무고용률과 부담금을 산정할 때만 적용된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1개월) 미만인 중증장애인은 더블카운트에서 제외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중증장애인이란 장애인 중 근로능력이 현저하게 상실된 자로서 시각장애인의 경우 1~3급이 해당된다.
취업을 알선하는 현장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일단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면접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업주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중증시각장애인은 출퇴근, 화장실, 식사 등 일상생활 전부를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제도만으로 중증장애인의 고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사업주의 장애인인식개선 노력, 중증장애인 적합직종 개발 등 다각적 노력을 병행할 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않겠냐고 직업재활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소지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a 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소박하지 않은 희망이라며 일본어 학원강사로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꼭 학원강사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일본어 관련 직종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한 꿈이 실현될 언젠가를 위해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일하면서 계속 그런 직종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떨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중에도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은 채용하지 않으려는 현 상황은 더더욱 아이러니할 뿐이다.<천상미 기자>
- 브레일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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