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오리건 맹학교의 폐교

tosoony 2010. 5. 3. 13:09

임안수(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Salem)시에 있는 오리건 맹학교(Oregon School for the Blind)는 1873년에 설립된 이후 136년의 긴 역사를 뒤로하고 2009년 9월 1일부터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오리건 맹학교를 폐교하게 된 것은 그동안 발전해온 통합교육의 보편화와 맹학교의 고효율 저비용의 구조를 이기지 못하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오리건주 하원의회의 교육 분과 위원장인 사라 겔서(Sara Gelser)가 오리건 맹학교를 폐교하자는 법안을 2009년 초에 발의했고 마침내 동년 4월 9일 표결에 붙인 결과 20대 8로 결의되었다. 곧이어 오리건주 상원의회에 상정되었고 7월 26일에 8대 2로 결의됨으로써 오리건 맹학교 폐교법안이 통과되었다. 주지사 쿨롱고스키(Ted Kulongoski)도 동 법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맹학교 흥망사에 또 하나의 별이 지게 되었다.

오리건 맹학교의 폐교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민주당 소속 사라 겔서 교육 분과 위원장은 “오리건주에는 시각장애 학생이 모두 90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오리건 맹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은 28명에서 32명 사이에서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소수만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의 1년 예산은 310만 달러이고 교육 외적 의료비를 포함하면 학생 1명당 교육비가 12만 5천 달러가 지출됩니다. 또 많이 들 경우에는 1명의 학생당 20만 불이 넘게 지출되기 때문에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이 맹학생들을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할 경우 1명당 2만 달러에 불과하므로 오리건 맹학교에서 교육할 경우 통합교육을 하는 것보다 약 6.5배 또는 많을 경우 10배의 예산이 더 듭니다. 따라서 오리건 맹학교를 폐교하고 남는 예산을 다른 시각장애 학생들의 교육비에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시각장애 학생들을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예산을 오리건주의 전체 시각장애 학생의 교육비로 배정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그리고 오리건 맹학교에 근무하던 직원 47명을 교육청에 배정하

이 개혁의 출발은 2005년에 오리건 주정부가 학생 수가 적고 학교 시설은 커서 불필요한 예산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오리건 맹학교를 매각하고 맹학교를 오리건 농아학교로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했다. 동 연구에서는 일부의 맹학생을 농아학교에 배정하는 것보다 시각장애 학생에게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즉 농아학교에 농교육을 전공한 교육 전문가가 교장이 되고 그 밑에 시각장애 교육을 전공한 교육 전문가를 교감으로 배치하며 행정직 일부를 감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맹학교와 농아학교를 통합하는 것보다 오리건 맹학교를 폐교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때부터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급선회하였다. 오리건 주의회는 2009년 4월 14일 오리건 맹학교의 예산을 보류했고 학교의 폐교법안이 통과되자 그 예산이 취소되었으며 오리건 맹학교는 폐교 절차를 밟게 되었다. 과거에 오리건 맹학교는 수많은 폭풍을 만났어도 난파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재정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일부의 오리건 맹학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동창들이 오리건 주정부 청사 앞에서 동교의 폐교를 반대하는 데모를 시작했다. 따라서 주의회 의원, 시각장애 학생, 학부모, 동창, 맹학교 교사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갖게 되었다. 이 토론회에서 동교에서 3년간 공부한 조 카터군은 “저는 이 학교에서 훌륭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다른 맹학생을 만났고 그들을 친구로 사귀었으며, 그 학생들은 저에게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과 독립보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로 돌아갈 경우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엔 스미스는 오리건 맹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여학생으로 “저는 학교에서 세탁하기, 요리하기, 지팡이 보행법을 배우면서 독립적인 정신을 길렀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제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리건 맹학교가 계속 존속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리건 맹학교 교사도 “맹학교 학생의 체육 수업이나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시각장애 학생에게 단기 보행훈련과 독립생활 훈련 그리고 점자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데는

오리건 특수교육국 시각장애 교육 장학사는 “우리는 단순히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맹학교 학생 30명에게 들이는 예산을 870여 명의 다른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오리건 맹학교 학생은 주 전체의 시각장애 학생의 약 3%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주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시각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더 훌륭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했다. 사라 겔서 의원도 “어린 시각장애 학생을 부모로부터 격리하여 먼 맹학교에서 교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 학생들도 부모의 사랑과 가정의 따뜻한 분위기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정책은 통합교육이지 분리된 맹학교 교육이 아닙니다. 또 미국 네바다주를 비롯한 몇 몇 주에서는 맹학교가 없지만 시각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1975년부터 통합교육이 특수교육의 표준 교육 유형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오리건 맹학교의 폐교 반대는 특수교육계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리건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도 맹학교의 폐교를 지지함으로써 동창과

이로써 미국에는 통합교육이라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 앞에 일부의 맹학교는 폐교되고 나머지 맹학교들은 축소된 상태에서 현재 52개의 맹학교만이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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