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형님의 눈

tosoony 2009. 4. 14. 06:26

형님의 눈

"오늘 서울 올라갈 거네."
출근을 서두르는데,
시골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은 갑자기 왜요?"
"남산 야경이 좋다기에..."
남산 야경을 보러 서울까지 오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형님이 엉뚱하기만 했습니다.
시골 고향에 계신 둘째 형님은
이제 칠순 나이를 바라봅니다.
형님은 아주 어렸을 때
어찌어찌하여 눈이 멀었었습니다.
그러나 열 마리 소를 친자식처럼
든든하게 기르고 있고
얼마간의 밭농사도 거뜬히 해냅니다.
어쨌거나 바쁘고 눈먼 형님이
어쩌자고 남산 타령일까요.
퇴근 후, 일찌감치 와 있던
형님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택시로 가요."
"택시는 무슨? 전철 한번 타보세."
형님의 말에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퇴근 무렵이라 복잡할 전철 생각에
택시를 타자고 했지만, 형님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전철을 탔고 다행히 두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얼마쯤 갔을까.
교대역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버릇처럼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 형님이 귓속말로 물었습니다.
"몇 역이나 남았는가?"
형님은 그때부터 자꾸 귓속말로 묻는 겁니다.
"이제 몇 역이나 남았는가?"
"두 역 남았네요."
그 말에 형님은 일어나자며
내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우리를 지켜보고 선 사람들이 주춤주춤 물러났고
나는 민망해져서 형님을 잡고 금방이라도 내릴 듯
출입문 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칠순의 눈먼 형님이 나를 놓칠세라
손을 꼭 잡으며,
"다들 힘들게 서 있는데, 차마 못 앉아 있겄네."
라고 하시는 겁니다.
한순간이라도 제 손을 놓치면
형님은 영락없이 길을 잃고 맙니다.
그런 형님에게 어떤 마음이 있어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형님은 서 있는 이들의 피곤함을
'보고' 계셨던 게 틀림없습니다.
남산 야경을 보고 돌아오며,
내내 형님의 눈을 생각했습니다.
- 옮김*홍사범 (새벽편지 가족) -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욕심에 눈이 먼 사람, 돈에 눈이 먼 사람,
명예에 눈이 먼 사람, 질투에 눈이 먼 사람,
욕정에 눈이 먼 사람, 이기심에 눈이 먼 사람...
그들은 사랑도, 행복도, 기쁨도 보지 못하겠죠.
앞을 볼 수 있으나 불행한 인생과
앞을 보지 못하나 행복한 인생이 있다면
어떤 인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젠 진정한 가치에 눈 뜰 때입니다.
- 날 향한 눈을 감을 때 비로소 행복이 보입니다. -


출처: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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