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장애인의 날은 '착한 비장애인'들을 위한 날
"단 하루 눈물보다 점자 안내판이 더 절실"
▲ 지난 6일 청와대에 장애 어린이들을 초청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장애인장애아동들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장면이 MBC 장애인의 날 특집
'비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었다. 아이들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청와대의
이곳저곳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시각장애 남자 아이의
피아노 연주와 여자아이의 멋진 노래 공연 중간에 김윤옥 여사와 장애아동
부모님들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었다. 감동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이
장면에는 그러나 정작 장애인은 없었다. 김윤옥 여사의 선한 마음과 부모들의
한이 있었을 뿐이다.
미디어는 김윤옥 여사와 장애아동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통해 김윤옥 여사가
장애아동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장애아동을 위한다는 김 여사의 말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이 "태아가 장애를 가졌다면 낙태를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 것을 되새겨봐야 한다. 또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적 지원에
대해 장애인교육권연대와 장애인단체들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요구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은 88올림픽을 앞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국은 복지국가라는
이미지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4월 20일이 비가 올 확률이 가장
적다는 조언도 한몫했었다. 정작 88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장애인 노점상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당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져서인지
몰라도 장애인의 날이면 항상 TV에서는 장애를 극복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선행을 행한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TV에서 방영되는 '장애 극복' 이미지는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의
정상/비정상의 논리가 투영된 것이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처럼 걷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세의 기적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장애를 극복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다. TV에서의 장애
극복 논리는 사회적 책임을 은폐시킬 뿐이다. 심지어 미디어는 한국의 400만
장애인을 엉뚱하게 몰아가기도 한다.
영화 <말아톤> 이후 전국의 장애아동들에게 마라톤 열풍이 일었고, 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군이 매스컴을 탄 뒤 수영열풍이 일었다. 피아노, 미술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들은 이런 것들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대다수의 빈곤한 장애인들과 시설에 갇혀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뿐이다. 이들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의지박약의 무능력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매년 4월 20일이면 장애인들을 체육관에 몰아넣고 각종 공연과 정치인들의
발언, 기념수건 증정 등의 행사가 전국에서 벌어진다. 그곳의 주인공은 물론,
장애인에게 무언가를 주는 착한 사람, 즉 비장애인이다. 이러한 행사에서
장애인들은 그저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뿐이다. 364일 차별과 배제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딱 하루 선행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시혜와 동정으로 가득 찬 장애인의 날 행사가 미디어와 사회, 정치권
인사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과는 달리,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거리의 투쟁들은 사회적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에도 거리의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성인장애인
교육지원/ 장애아동 방과 후 학습 지원과 같은 사회적인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장애인의 날 특집방송과는 달리 이들의 끈질긴 투쟁은 뉴스속의
1분도 채 안 되는 보도영상과 신문기사의 한 컷으로 다루어진다.
장애인의 날에 정작 '장애인'은 없다. 동정과 시혜를 베푸는 착한 비장애인들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에 등장하는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치인들과 연예인 여러분 더 이상 눈물 흘리려 애쓰지 말아주십시오!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의 날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1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점자 안내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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