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어느덧 부산하게 시작했던 한 해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네요.
아래 여러 분들이 향후 건강보험(의료보험) 제도 변화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신 부분이 있어 제가 아는 선에서 잠시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차기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보건의료 관련 사항에 대해
정리를 하면,
첫째, 의료기관 영리화
둘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셋째, 보험 수가 현실화
이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의료기관 영리화란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 종합병원과 일선 동네
병원의 경영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모범적이라 할만큼 부담이
적습니다. 그런 만큼 병원으로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이겠지요.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상당 부분의 의료 서비스가 건강보험 수급 대상으로
정해져 일정한 비용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특진, 시티나 mri 등
비급여 대상이 있기는 하
지만 역시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고 병원에 밀물처럼 몰려드는 많은 수의 환자는
모두 건강보험 범위안에서 치료를 받고 갈 뿐입니다.
참고적으로 현재 감기등으로 병원을 찾을 때 본인이 내는 금액은 대략 3천원
전후이며, 병원이 추후 공단에 제출하여 받게 되는 나머지 의료비는 약
9천원에서 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일선 병원이 재정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특화된 추가
의료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도 이익 창출로 연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행
법에서는 병원의 영리를
위한 영리사업이나 각종 광고 등을 일체 금하고 있는 실정이라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단체 입장에서 의료기관의 영리화는 최대의 숙원
사업이라 하겠지요.
둘째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란 앞의 내용과 이어지는 정책입니다.
현행 법에서는 전국의 어느 병의원이나 요양기관에서도 건강보험증 하나만
내밀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의료 처방을 받고 공단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본인
부담금만 내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란 병원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산하에서
빠져나와 자체적으로 정한 의료 서비스와 요금 체계를 가지고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
다.
이럴 경우 대도시나 경영 상태와 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명도가 높은 병원일
수록 당연지정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가능성이 많게 되고,
실제로 몸이 아파 병원을 찾
을 때에도 그 병원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곳인지 사전에 판단하여 자신의
재정형편에 따라 때로는 먼 거리의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셋째, 보험수가 현실화 문제는 이미 참여정부 때에도 계속 이슈가 되어 온
사항이었습니다.
현행 보험제도에서는 의료기기 사용시 발생하는 요금이나 약국에서 처방되는
소화제 한 알까지 건강보험공단과 병원 또는 약국이 수가에 대해 사전에 약속을
하여 지급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이 보험수가가 병원을 운영하는데 크게 못미치기 때문에 시급히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가 이명박 당선자가 그간의 각종 연설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사항입니다.
그렇다면 이 제도들은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앞에서도 어느 분이 지적하시는 것처럼 시작도 안한
정부에 무슨 시시비비를 가리냐는 식의 이야기는 접어주시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점입니다.
이미 신문을 펼쳐보시면 아시겠지만 차기 정부의 각종 정책들에 대한
페러다임과 핵심 사항을 소개하는 기사로 넘쳐난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기
바라구요.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서비스에 비해 적절한 대가를 못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정을 해야 하겠습니다.
참고적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사회보험 성격의 건강보험 제도가 사라진 지
오래이며, 영국에서는 환자가 특정 병원에 한꺼번에 1년치 병원비를 계약해서
내고 특정 횟수만큼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 모든 제도 역시 영리라는 기본 틀에서
출발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위의 세가지 정책 모두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영리만을 위해 위의 모든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당연히 무차별적인 의료비의 폭등이 불가피합니다. 2000년 의약분업 파행 당시
의사들은 자기들의 재정난을 고려할 때 병원 진료시 본인 부담금을 최소
8천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
장한 바 있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특화된 의료 상품 개발과 자율화된
비급여 가격 책정 및 tv나 옥외 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경우 상위 부유층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수급 병원 이용 기피 사태가 벌어지고 이들을 잡기 위해 상당수 병원들은
지정제에서 탈피해 고가의 프
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당연히 서민들은 아무리 위급한 병이 발생해도 자기의 형편을 고려하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소수의 병원만을 찾아 전전할 수밖에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보험수가 현실화 역시 일면 의료계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지만
뿌리깊은 제약회사들의 의사와 약국에 대한 리베이트 문제만 해결해도 의약품
수가는 현행보다도 내려
갈 수 있는 현실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의료계의 손만
들어준다는 것은 아연실색할 일입니다.
특히 이러한 사태에서 가장 소외될 계층은 어디일까요? 그것은 바로 힘없고
능력없는 서민과 노인, 장애인들입니다.
앞으로 위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렵게 끌고온 건강보험 체계는
결국 와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해결되지 않고 심화만 되는 건강보험
적자는 분명 해결해야 합니
다.
그러나 복지가 향상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은 서민이나 장애인 등에게는
최소한의 안전판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구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앞서 사보험 즉 민간 건강보험의 확대 추세가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부합된다는 쪽의 말씀이 계셨습니다만 생명보험, 상해보험의 가입하는 국민이
많아진다고 국민연금 제도나
4대 노동 관련 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용'이라는 문구하에 전방위적으로 모든 부문을 가리지 않고 실시되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 중 일부는 분명 차기 정부의 방만함을 쇄신할 수 있는 촉발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
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자율이라는 이름하에 기업과 가진 집단의 제한만을
모두 풀어주고 그 수혜물 중 일부를 가지고 못가진 자에게 나누어주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모든 영역
에서 부합하게 될지는 의문시됩니다.
경제 용어 가운데 트리클 다운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투자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결국 총체적으로
국가의 경기를 활성화해 경제
발전과 국민복지가 향상된다는 이론이었는데요, 80년대 말 미국의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실행한 경제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 경제정책음 실패라는 것이 대세입니다. 트리클 다운 효과의
결과는 막강한 석유회사와 군수 물품 업체의 대자본화를 촉발했고 그들의
입김에 따라 미국과 세계의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번 건강보험 사태를 바라보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현 이명박 정부가 긍정적인 정책도 많이 펼치겠지만 모든 사안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너무 판박이식으로 같다는 것이죠.
교육 분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특목고와 자사고(자립형 사립고)를 200개 만들고 이들은
교육청의 지원을 안받는 대신 교육비를 자유롭게 받아 차별화되게 좋은 시설로
운영하게 한다고 합니다.
대신 저소득층의 경우는 교육청이 이들 특목고와 자사고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게 되는 예산을 가지고 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위의 건강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능력있는 의료기관에게 자율적인 경영을 허락하는 대신 저소득층에게는
이들에게서 얻는 세금과 국가의 지원으로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들은 지난 2006년 뜨거웠던 여름의 안마업 위헌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우리의 절절한 요구에 대해 마사지업종과 일부의 언론에서는 그 대안으로
시각장애인을 일선 복지관과 노인정에 취직하게 하고, 전국의 수많은
마사지사들이 취업해 운영을 하면서 발생한 세금으로 전국의 모든 안마사들에게
나누어줘도 다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괴변을 펼쳐 우리를 경악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들이 펼친 피끓는 반박 논리가 무엇이었는지 오늘 이순간 기억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토록 좌파 친북 정권이었다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신자유주의의 표본인 한미
FTA와 고물 F15기 도입,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삼성 편파 지원 문제 등이
수없이 터져나왔습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모토 중 하나는 무너진 한미관계의 복원이며,
실용 주의에 기반한 경제정책 구현입니다. 앞서 언급한 실용주의 정책들은 바로
신자유주의가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지요..
국민의 선택은 소중하다는 명제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믿고 싶습니다.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성탄절 되시기 바랍니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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