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4

지하상가

1993년 대전 임용고사에 합격한 후 친구에게 시내 구경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서구의 신도심도 만들어지지 않은 터라 시내라고 해봐야 대흥동 인근의 지하상가와 동백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백화점이 전부였다. 서울이 고향인 탓에 새벽까지 길거리에 사람이 북적이던 것만 보아 오던 나는 저녁이면 인적이 끊어지는 대전 변두리 모습에 적응하지 못했었다. 그즈음 지하상가를 거니는 사람들과 호객 행위에 나서는 매장의 북적이는 모습은 나에게 고향의 향수를 달래게 했다. 그 때부터 우리 부부는 10여년 넘게 새 옷을 고르거나 물건을 장만할 때면 으레 지하상가를 찾곤 했다.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복지관에서 받은 온누리 상품권을 써야 한다는 딸아이 말에 모처럼 지하상가를 찾았다. 재래시장과 함께 유독..

아이들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