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3

군자란과세월

요 몇년 봄꽃들이 기상이변으로 한꺼번에 모두 피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봄의 소소한 즐거움을 놓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피어서 지기 시작하고도 남을 벚꽃들이 몽우리만 겨우 맺은 채 요지부동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베란다에서 30년 넘게 한결같이 봄을 알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결혼하면서 서울 부모님댁에서 넘겨받은 군자란이 바로 그 녀석들인데요. 최소 30년이 넘은게 분명한데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때도 풍성한 녀석들이었던 걸 보면 도통 나이를 모르겠습니다. 예네들은 도대체 세월을 먹기는 하는 걸까요.

끄적끄적 2024.03.31

귀해야 아름답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구경한 꽃이라곤 우리집 마당에 피어난 하얀 목련과 동네 회색담장을 따라 핀 개나리가 전부였습니다. 그 후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우리 주위에는 뜻밖에 참 많은 꽃들이 시기별로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매화에 산수유, 목련을 필두로 개나리와 벚꽃 등이 피어나고 4월 조팝나무꽃에 이어 라일락 향기가 교정을 가득 메우고 난 5월이 되면 두류산을 아카시아가 가득 메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중반에 갑자기 밀어닥친 고온으로 아파트 산책로에는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에 이어 벚꽃이 모두 함께 뒤섞여 피어나는 진풍경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지난 주말 좋은 날씨 덕에 아이들과 함께 이틀 내내 보문산 오월드 벚꽃길과 대청호 오백리길에 핀 벚꽃 터널을 ..

일상 스케치 202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