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 편의 기적

tosoony 2024. 10. 9. 21:59

그 어느 해보다 빠른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이런 저런 징검다리 황금 연휴의 마지막 오후를 보냅니다.
다들 이제 내일부터 무얼 위로삼아 직장을 다녀야 하나 한탄하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며 오후의 따스한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따가운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고개를 내민 가을의 정취가 어느 해보다 소중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채 보름여 전 추석을 넘긴 뒤에도 늦은 저녁까지 24, 5도를 넘나드는 늦더위로 에어컨 앞에 지내던 때가 생생하건만
며칠 전 새벽 최저 기온이 이곳 대전은 9도였습니다.
그 바람에 서둘러 여름 이불을 챙기고 가을 이불을 찾아 꺼내느라 법석을 벌이기도 했네요.
이젠이런 극단의 기상이변조차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도 진부할 만큼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제 가진 교과서 집필 모임에서 저녁식사로 딸려 나온 쌈 상추를 더 달라는 말에 난감해하는 주인의 씁쓸해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 순간 아파트를 돌며 들려오는 새소리와 흩날리는 나무 잎사귀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기상이변의 스트레스가 스며져 있을 거라는 우울한 상상을 하며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얼마 전 미사 강론에서 하신 신부님 말씀 한 귀절이 떠오릅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삶과 그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나 자신. 이 모든 게 한 편의 기적이라는 걸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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