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tosoony 2019. 8. 20. 22:27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꽃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박우현 시집,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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