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부모가 자식에게 주고 싶은 가장 큰 재산

tosoony 2011. 6. 12. 02:39

작년, 녀석의 작은고모의 우연한 명절 대화 속에서 나온 미국 교환학생.

우물쭈물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잇점을 떠들어대는 주위의 분위기에 섞여, 그럼 한번 가볼까...~~ 하며 모든 일에 내성적이던 아이.

그러던 며칠 후대전으로 돌아와 길가에 달린 플랭카드에서 다시 한번 교환학생 모집이라는 문구를 봄으로써 이렇게나 많은 인생의 변화를 가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겨레 유학원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낯선 미국 땅으로의 긴 여행을 준비하고, 8월 11일 마침내 애엄마의 눈물자욱을 만들며 떠나간 우리 딸.

언제까지나 철없고 한심한 소리만 하며, 늦잠에 청소도 않는 그만그만하던 아이가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이틀 후에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

처음 아이를 떠나보낸 몇 주 동안,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 때도, 아내가 맛난 음식을 내놓을 때도 딸아이 생각에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중간 중간 아이와의 메일과 통화 속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못먹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별 것 아니라며 당당하게 어울려 지내야한다고 호통치며 넘기면서도 가슴 아픈 잔상이 계속 남은 것은 나 역시 부모이기 때문이리라..

가을쯤이던가, 녀석은 그즈음에서야 호스트 할머니와의 간극을 따라잡고, 부족한 언어 소통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배우게 되었다.

거기에 새벽까지 책을 펼쳐놓고 안간힘을 써가며 미국역사책을 파더니 점차 수업도 여유있게 듣게끔 달라졌다.

딸아이가 없는 동안 우리 부부와 석호와의 생활은 한가로우면서도 그리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모든 게 딸아이가 없어서는 아니었지만 석호를 돌봐야 한다는 문제로 시간에 쫓겼고, 바쁠 때 일을 나눌 가족이 하나 부족하다는 건 은근하게 우리 가족의 상실감으로 자리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대화를 나눌 가족이 있다가 없어진다는 건 그런 것인가 보다.

귀국을 며칠 앞두고 뒤늦게 친구들과의 재미에 푹 빠진 녀석은 나름 아쉬움이 크게 묻어나는 모양이다.

매일을 바쁘게만 보내고 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도 엄마 아빠 형편 챙겨서 더 있고 싶다는 소리는 안하는 녀석...

어려운 우리 집 형편이지만 그래도 지난 해 밤늦게 일해가며 모은 아르바이트 비용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이제 며칠 후면 도착할 내 아이를 대하며 얼마나 성장해 돌아올 지 궁금하다.

단순히 계산으로나 외면으로 보이지 않지만 몸과 마음에 담아올 큰 인생의 재산을 갖고 당당히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

그게 우리 부부의 진정한 소득이자 바램인것을, 지영이는 언제쯤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