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기자를 거쳐 뉴요커지에 과학 관련 기사를 기고하던 맬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에이즈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에
이즈와 같은 실제 병원체만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드믈지 않게 발생하는 "아주 작은 사건으로 시작해서 짧은 시기동안 급속도로 퍼지는 경
이로운 유행 현상"의 이유를 파헤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연구가 Tipping Point라는 그만의 이론으로 정립되기에 이른다.
그는 그러한 놀라운 사회적 유행에는 질병과 같은 전염현상이 있다고 단언하며, 마치 바이러스에 의해 병이 전파되듯 상품이나 아이디어,
또는 메시지 역시 '전염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퍼져가는 과정을 <사회적 전염>이라 부른다.
근래 지구촌 전체에서 특히 10대에게 열병처럼 번졌던 사회적 전염을 들라면, 포켓 몬스터, 해리포터, 스케이트 보드, 퀵보드, 인라인 스케
이트와 같은 예를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다. 그러면 그의 이론을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다음에 드는 사회적 현상을 어떤 방법으로 속시원하
게 설명할 수 있을까?
1. 포켓 몬스터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벼락맞은 다람쥐의 모습을 하고 있는 포켓 몬스터(피카추)'를' 1999년의 인물'로 선정할 정도였다. 도대체 '
포켓 몬스터'의 이런 인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많은 광고 분석가, 심리학자들이 그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상품도 아니며, 세련된 디자인은 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다 할 광고를 한 것도 아니었다.
2. 해리포터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해리포터'의 작가는 사회복지 수당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이혼녀 조앤 롤링이다. 이 무명의 작가가 쓴 책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더구나 전세계 어린이들을 텔레비전과 오락기에서 책으로 눈을 돌리게 했을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미국 어린이들이 학교를 결석하면서까지 읽는다는데, 도대체 '해리포터'는 어떻게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베
스트셀러가 되었을까.
3. 개인 홈피와동창찾기 사이트
요즘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동창찾기 사이트'아이러브 스쿨'. 지난 해 조촐하게 출발했던 이 사이트는 광고 한 번 제대로 안했
지만, 엄청난 자발적 '입소문'에 힘입어 현재 회원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젊은층을 매혹시키고 있는 개인 미
니 홈피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회원수는 1,0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4. 허시파피
유행에서 밀려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허시파피' 신발이 1990년대 중반 갑작스럽게 다시 유행을 몰고 왔다.
또 연간 판매량이 3만 켤레로 거의 사장되어 가던 허시파피 신발은 1994년 맨해튼의 이스트 빌리지와 소호에 사는 몇몇 히피 청소년들이
신기 시작한 것이 한 두 달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1994년 판매량은 43만 켤레,1995년말 130만 켤레를 기록한다. 왜 망해가던 허시
파피 신발은 미국 전역의 백화점 매장으로 번져 나갔을까? 허시파피를 제조한 회사조차 놀란 일이었다.
5. 뉴욕시의 범죄율 감소
1992년 뉴욕시는 년간 2,154건에 이르던 살인 사건 등높은 범죄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닌데 5년뒤
전체 범죄 건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살인 사건은 770건으로 64%나 줄어들었다.
6. 팩스의 판매 급증
1987년 이전에는 한해 8만대에 불과했던 팩스의 판매량은 특별한 이유없이 1987년 한해에 100만대가 팔렸다.
7. 미국 샌디에고 지역의 당뇨와 유방암 예방 캠페인
샌디에이고의 한 간호사는 당뇨와 유방암에 대한 주부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그녀의 캠페인 방법은 조금 달랐
다. 가두 캠페인을 벌인다거나 교회를 방문한다거나 또는 가가호호 주부들을 방문하며 켐페인을 벌인 것이 아니라 미용실을 이용했다. 우
선 미용사를 모으고 그들을전 파자로 활용했다. 이 캠페인 전략은 핵심을 찌른 것이었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8. 그런지 패션
뉴욕 브롱크스 할렘가 흑인 아이들의 가난이 묻은 지저분한 옷차림이 어떻게 해서 '그런지(grunge)'패션으로 뜨고, 서울 로데오 거리의 아
이들에게 까지 유행하게 되었을까.
9. 기타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에서 급속히 퍼진 핸드폰 문화도 마찬가지. 이제는 나이를 불문하고 국민의 70%기 핸드폰을 갖게 되었다.
또 과거엔 흰머리 검게 물들이는 것이 고작이던 것으로붙터 이제는 화려한 색상의 패션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머리 염색이나, 주위에 알려
질까 몰래 숨기던 것으로 부터 이제는 크게 눈치보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게 된 이혼과 재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1919년 3.1운동, 1926
년 6.10 만세, 1960년의 4.19혁명 역 시 유사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추가적으로 미국의 사례를 살펴 보면, 1770년대 미국 혁명의 불길, 1950년대 '윈스턴' 담배의 판매 급증, 1970년대 어린이 방송 프로 '세서
미 스트리트'의 인기, 1990년대 볼티모어 지역 매독의 급증, 나이키의 에어조단 운동화, 프라다의 검정백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사실 기존의 어떤 상식으로도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을 속시원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이제 맬콤 글래드웰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선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혹시 하품이 전염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하품은 놀랄만큼 전염이 강한 행동이다.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방금 앞의 문장에서 '하품'이라는 단어를 두 번 보았는데 만일 이후의 문장에서 또 다시 '하품'이라는 단어를 계속 만나게
된다면, 여러분중 상당수는 곧 하품을 할 것이다.
맬콤 글래드웰의 설명을 듣자면 먼저 그가 말한 '티핑(tipping)'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티핑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기울이다'라는 뜻
으로 조금 의역을 보태자면 '기존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그는 '켄사스 평원의 평범한 저기압성 대기불안정 상태'가 얼마 지나지 않
아 '무시무시한 토네이도(회오리바람)'으로 변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비록 예측은 못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갑작스럽게 회오리
바람으로 진행되는 폭발적인 변화의 시점'을 바로 '티핑 포인트'라 일컫는다.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가령 물은 99℃엔 끓지 않지만 1℃가 높 은100℃에선 끓기 시작한다. 바로 불과 1℃가 빚어내는 이같은 극적인 변
화의 순간이 바로 티핑 포인트인 셈이다.
사실 '티핑 포인트'라는 말은 1970년대 미국 동북부 도시에 살던 백인들이 교외로 탈주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말이다. 당
시 사회학자들은 어떤 지역에 흑인의 비율이 20%에 이르면 백인들이 한순간에 그 지역을 떠나 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기존의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새로운 흐름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티핑 포인트가 나타나려면 세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전염을 만들어내는 3가지 규칙이 있다
는 것이다. 그럼 그 3가지 규칙이란 무엇일까... 그는 그 규칙을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으로 정리했다.
첫째 규칙은 소수의 법칙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범죄자의 20%가 범죄의 80%를 저지르고 운전자의 20%가 교통사고의 80%를 일으킨다
는 경제학자들의 '80/20 원칙'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전염은 소수의 몇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허시파피 신발의 폭발적 인기도
맨하튼의 몇몇 히피 청소년들이 신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회적 신분 을상징하는 캐쥬얼로 자리잡았다. 소수
가 향유하던 문화가 어느 순 간갑자기 대다수가 따르는 유행의 열풍을 타게 된 것이다. 샤넬 향수가 마를린먼로의 말 한마디에 세계적인
향수가 된 이유도 이와 같다.
물론 무조건 소수가 향유한다고 해 서전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전파하는 소수가 그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소수란 발이 넓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커넥터)이거나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소위 입소문의 명수들로서 '메이븐(지식을 축적한 자)'이라고도 불리우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열정이 있으며 사회적 지위
와는 관계없이 특출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더이상 사람들이 '허시파피'를 신지 않기에 그들은 허시파피를 신었다... 남과 구별되고
싶어서. 전염은 이렇게 열정적인 소수가 입소문을 퍼뜨림으로써 시작된다.
자살, 특히 그 사회에서 영향력있거나 매력적인 인물의 자살에 관한 기사가 실린 직후 자살률이 껑충 뛰었다는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
의 연구나, 일반인이 속옷을 겉옷삼아 입으면 정신병자 취급받지만 마돈나가 하면 유행이 되는 현상 등은 소수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또 다
른 예이다.
결국 기업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띄우기 위해서 다양한 홍보와 광고활동을 벌인다지만 그보다는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열정적
인 소수가 차라리 '대박'을 만들어줄 확률이 더 높다고나 할까.
둘째 규칙은 고착성(기억될만한 매력)이다.
열성적인 소수에 의해 퍼져나가던 메시지도 다음 단계로 다른 다수의 기억속에 남게 될 만한 이유를 가져야만 그이상의 범위로 퍼져나간
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착성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예로 미국의 아동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를 들 수 있다. <세서미 스트리
트>가 그토록 장기간 많은 어린이를 TV 앞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진이 어린이의 눈을 끄는 요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를 프
로그램 제작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접했던 예로서는 김용옥 교수의 '노자 열풍'을 들 수 있겠다. 과연 그가 노자에 해박하다는 이유로 그토록 유명해졌을까? 아니 그
보다는 오히려 그만의 몸짓, 재치, 째진 목소리와 같은 요인 때문에 우리의 기억속에 그토록 '김용옥의 노자 강의'가 깊이 남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편 이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같다.
마지막규칙은상황의힘이다.
맬콤 글래드웰이 가장 강조한 규칙이 바로 이 세번째 규칙인 상황의 힘이다. 설혹 첫째, 둘째의 요소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퍼져나가던 메
시지라 하더라도 폭발적인 기세로 퍼져나가기 위해선 이 단계를 넘어서야만 한다. 만일 상황의 힘을 받지 못한다면그 메시지는 그만 그 수
준에서 수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1984년 뉴욕의 지하철은 바닥엔 쓰레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벽과 천장은 낙서로 빼곡했다. 새로운 지하철 소장 데이비드 건은 우선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7년만에 그의 작업은 결실을 맺었다. 지하철의 낙서가 현저히 줄기 시작했던 것이다
.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던 것인데,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맬콤 글래드웰은 이를 '범죄는 무질서의 결과'라고 주장한 범죄학자 제임스 휠슨과 조지 켈링의 '깨진 창문 이론'으로 설명한다. 부연한다
면, '깨진 창문을 그대로 방치하면, 더 깨뜨리기 위해 돌이 날아들거나, 쓰레기 투기가 이루어지는 빌미가 된다는 것'으로 '벽들을 더이상
낙서하기 어려운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니까 낙서가 줄어들더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밤거리를 대낮같이 밝히는 노
력도 이와 유사한 이유로 행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세가지 규칙을 모두 충족한 경우, 그 메시지는 우리의 현실로 급속히 전염된다. 도저히 불이 붙을 것같지 않은 곳에서 한 순간 원자
폭탄과도 같은 섬광과 뜨거운 열기가 생겨나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이론은 작은 힘이나 노력이 어떻게 엄청난 결과로 발전하느냐 하는 것을 설명함과 동시에 그러한 계기가 그 누구에게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름 모를 한 사람의 행동 하나가 어느 순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
는 바가 정말 크다고 할수 있다. 그러니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함이 좋을 듯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고.
헤겔도 '양적인 변화가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를 낳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티핑 포인트를 지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그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 우린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예 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신념을 가지고, 내 신념을 퍼
뜨려줄 소수를 포섭하는 것. 그리고 내 신념이 다른 이들에게 진한 인상이나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내한다는 것.
뭐 이정도가 티핑 포인트를 내것으로 만드려는 사람이라다 꼭기억해둘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 "주변을 둘러보라. 어딘가 티핑 포인트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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