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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교상의 양심으로 호소

tosoony 2006. 6. 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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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양심으로 호소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무슨 사제지간이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시각장애학생을 가르치는 맹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특별한 사제지간으로 학생들이 졸업 후 교사들에 대해 더 고마워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교육한다고 하면 생산이 없는 일을 하고, 무조건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지만 맹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 자신의 힘으로 벌어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다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보람이었습니다.
시각장애학생들에게 안마만 가르쳤겠습니까? 시각장애인들이 전화교환원도 할 수 있고, 피아노 조율도 할 수 있고, 정안인들보다 더 실력도 뛰어나기도 하기에 가르쳤지만 정안인들과 경쟁에서 밀려나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나마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보직종인 안마만 정안인들과 경쟁을 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힘든 안마지만 살길은 이 길 밖에 없기에 죽기 살기로 공부했습니다. 안마는 단순히 몸을 주무르는 유사 마사지들과는 근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다릅니다. 그냥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혈자리를 익히고, 일일이 손끝으로 만져가면서 선생님의 몸을 실험용으로 해서 배웁니다. 어려운 동양의학 용어들을 머리 터져라 반복해서 학습하고, 모형들을 만져가면서, 또 선생님들 자신이 실험도구가 되어서 몸으로 배우다 보니 교사와 제자와의 관계는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몸으로 배우기를 3년 하고, 현장에 나간 제자들이 자신의 손가락이 아파가면서, 관절이 망가져가면서 번 돈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밥이라도 산다고 하면서 찾아옵니다. 이런 제자들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밥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애틋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안마해서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 제자는 한명도 없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대견했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보탬이 된다고 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효과가 이렇게 가족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선배들 이야기를 하면서 열심히 배우라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육체적 장애가 마음의 장애, 정신적 장애가 될 수는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5월 25일 청천벽력과는 같은 안마사 자격증을 시각장애인에게만 주는 것이 위헌이라고 하는 헌재의 말도 안되는 판결이 있고부터 제자들은 살 의욕을 잃은 듯 합니다. 제자들이 “선생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살길을 잃었는데, 살고 싶은데, 그 방법을 찾아 달라”고 울부짖는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줄 수 없고,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이 교사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자식이 죽어가면서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나, 제자들이 힘센 사람들이 내 목을 조이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나 다를 게 뭐있겠습니까?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라도 제자를 살리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어서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찾으려고 졸업한 제자들이 다리 난간에 올라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고, 한강으로 몸을 던지는 제자들을 볼 때 함께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다칠까봐 잘못될까봐 그 표현을 다 못하고 자제할 수밖에 없는 제 입장이 한탄스럽습니다. 앞으로 제자들에게 당당하게 육체의 장애를 극복하고 살라고 어떻게 말할 것이며, 어떻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들이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도 못하겠고, 장애를 가지고 사는 것이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남을 도우면서 살 수도 있다는걸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집니다.
도와주십시오. 시각장애제자들이 우리나라는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나라이기에 조국애를 가질 수 있도록,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빼앗지는 말아주십시오. 시각장애제자들이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숨통을 틀어 막지는 말도록 해주십시오.
사제지간의 정이 매말라가는 현실에서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따뜻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는 맹학교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힘이 될 수 있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권력을 가진 분들은 권력으로, 힘이 있으신 분들은 힘으로, 무엇이 되었던 능력이 있으신 분들은 그 능력으로 도와주시기를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