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대전 첫 한국어강사 양윤희 씨

tosoony 2022. 5. 13. 13:51

“제게 한국어를 배우는 베트남 여직원이 돈을 많이 벌어 한국에 와 저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 가슴이 뭉클했어요.”
양윤희 씨(49)는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 회화를 가르친다. 시각장애인을 한국어 회화 교육에 활용하는 사회적기업 ‘코리안 앳 유어 도어(Korean At Your Door)’에서 지난해 강사 교육을 받은 대전 첫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다.
양 씨는 교육과 동시에 즉시 강사로 투입돼 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의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전화로 일대일 통화를 하거나 PC의 온라인 메신저의 목소리 대화창도 활용한다.
취업을 위해 급히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속성반 특강도 할 정도로 양 씨는 인기 강사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발음이 전화로 한국어를 가르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전맹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한국어 강사 교육을 받게 됐는데 가르치는 기쁨과 함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아요. 재택근무라 출퇴근 불편 없이 일하는 것도 편하고요.”
현재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 직원으로 모두 여성이다.
양 씨는 “매일 목소리를 듣고 서툴게나마 이야기를 나누니 동생들 같다”며 “회화 중 ‘돈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한국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해 뿌듯했다”고 했다.
“아들딸 사진을 보여주는가 하면 갓 태어난 아기 사진이라며 보내오기도 해요. 베트남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는데 제가 그들만큼은 못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어요. 목소리만 듣고 비장애인으로 여겨 본인과 가족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주는 친구들이 많아요.”
2008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양 씨는 “아기 얼굴이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 답해줘야 하는데 사진을 볼 수 없으니 순간 망설여진다”며 “주변에서는 편견을 우려해 전화 수업에서 굳이 장애를 밝힐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데 그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해서는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목소리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양 씨는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현재 대전맹학교 이료전문 전공과 1학년인 그녀는 웃음코칭 강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교육도 받고 있다.
“비장애인일 때는 몰랐는데 장애인이 돼 안마를 배우니 단순한 마사지가 아니라 치료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이 사람의 아픈 곳을 풀어준다는 기쁨도 있고요.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 당사자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사에 도전했죠.”
“한국어 강사가 재택근무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외부 강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양 씨는 “장애라는 틀에 갇혀 있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고 했다.

- 2022년 5월호 ‘대전시정소식지’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