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협동을 통해 자립을 만들어가는 대전맹학교 '빛가치 협동조합'

tosoony 2021. 8. 2. 09:51
지난 4월 대전맹학교는 '빛가치 협동조합'(이하 '빛가치')을 설립했다.
대전맹학교의 입학과 이료재활전공과 담임을 맡고 있는 시각장애인 이만희 교사(남, 43세)는 코로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교육과 외부 체험활동이 제한되었고, 이에 다른 활동들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료재활전공과에 입학한 분들은 성인 이후 중도 실명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장애 수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거나 시각장애로 변화된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분들에게 학교 안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마침 대전시교육청에서 학교 협동조합 공모를 하고 있었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협동조합 형태로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죠."
그 결과, 대전시의 300여개가 넘는 학교 중 대전맹학교가 참여학교로 선정되었다. 빛가치의 목표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학생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중도 실명 이후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한 마음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사업 선정 이후, 이료재활전공과 1, 2학년 학생 23명, 교사 4명, 학부모 3명 이렇게 총 30명으로 구성된 빛가치는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세부 활동을 계획했다. 사업 내용은 창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모의 창업과 창업 아카데미, 실제 사회경제활동을 경험하기 위한 카페 등 가게 운영, 안마원이나 다른 협동조합을 방문하는 견학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교내 카페 운영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학생들끼리 서로 역할을 분담해 음료를 제조하고 교직원과 유치원, 초·중·고등부까지 직접 배달을 하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맹 학생들도 안전하게 음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커피 칵테일이라고 불리는 '샤케라또'를 메뉴에 포함하게 됐어요. 에스프레소 샷과 시럽, 얼음을 셰이크 통에 넣으면 전맹 학생들이 그걸 흔드는 업무를 맡았어요. 이 작업이 정말 중요한데요. 적절하게 흔들어줘야 얼음과 거품이 잘 어우러지며 '샤케라또' 특유의 오묘한 맛이 나요. 이 '샤케라또'는 교내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답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표정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음료를 배달하며 다른 학생들과 칭찬과 격려, 감사의 말을 주고받으니 교내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퍼졌다. 학생들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며 애교심을 갖게 되었다. 받는 것보다 주고 베푸는 것을 통해 성장하게 됐다는 피드백과 카페가 열리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한, 창업 아카데미를 열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안마원으로 꼽히는 '침사랑안마원' 원장을 모셔 특강을 실시했다. 안마원 창업 절차와 운영 방법, 인생 설계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대전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과 연계하여 '베트남 랜선 여행'도 진행했다. 베트남 영상을 크게 틀어주고 실제 베트남에서 가이드로 일했던 분을 섭외해 랜선 베트남 여행을 즐겼다. 비행기에 탄 것처럼 기내방송도 틀고 베트남 과자와 과일도 먹으며 실제 여행을 하듯 랜선 여행을 기획했다.
"학생들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는 거예요. 사제 간의 관계도 돈독해졌죠.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며 새롭게 배우게 되는 것이 많아요. 즐겁게 일하는 것도 경험하고, 같이 활동하며 이야깃거리도 생기고요. 교실 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해요.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어요."
빛가치는 이 외에도 직업 연계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하여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사이버 학습을 지원하여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돕고 있으며 공무원시험 준비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졸업할 때 안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활동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회화 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적기업인 '코리안앳유어도어'에 5명의 학생이 합격했다. 서로 준비과정을 함께하며 정보를 공유해 훨씬 더 쉽게 일에 적응할 수 있었고, 현재는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로지원인을 지원받아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야외 견학이나 체험활동이 어렵다는 점, 학생들마다 다른 요구사항들을 모두 반영하여 운영하지는 못한다는 점에 늘 아쉬움이 있다. 카페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2학기에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세차서비스와 아침을 제공하는 가게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협동조합 등 단체 견학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는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스스로 선택하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죠. 맹학교가 안마에 대해서만 교육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이 없거나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어요. 빛가치의 활동처럼 맹학교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앞으로 학생들이 안마사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안정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힘쓸 겁니다."
빛가치는 '가치에 가치를 더하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빛가치의 활동들이 이름처럼 빛을 발하여 시각장애인의 활발한 사회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2021년 8월1일자 점자새소식 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