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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기반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 사용에 대해

tosoony 2020. 10. 28. 08:00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평소 흰지팡이 보행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떠올려봄직한 상상이 하나 있으실 겁니다.

 

'내가 횡단보도 근처 건널목쪽으로 가까이 가기만 하면 알아서 음양신호기 유도음이 울리고 건너가라는 음성 안내가 저절로 흘러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러한 컨셉을 가진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가 이미 완성되어 보급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블루트스 기반의 기존 음향 신호기 지주 내에 설치된 장비가 시각장애인이 다운받아 설치한 앱에 의해 음향 신호기와 유도기가 각각 동작하는 제품인데요.

우리나라 '한길'이라는 업체로 음향신호기와 리모콘을 주로 생산 보급해온 업체가 개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가 살고 있는 대전을 비롯해 부산 등 일부 시도에 시범 적용되고 있다고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의 횡단보도 신호등에 이 새 제품이 가설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또한 안드로이드나 앱스토어에서 '시각장애인용 공용 리모콘'이라는 앱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음향 유도기의 기본 취지는 시각장애인이 굳이 리모콘을 구입하여 휴대하지 않고서도 앱을 깔아 실행만 하면 가까운 곳의 신호기를 동작시켜 원하는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게 하겠다는 목적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실제로 앱의 화면 구조도 시각장애인에게 맞게 단순하게 되어 있는데요.

앱이 실행되면 인근의 신호기 지주에 연결된 블루투스를 검색해 몇 개의 유도기와 신호기가 있는지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그런 다음 유도 또는 신호를 선택한 후 이전 버튼과 다음 버튼을 눌러 인근의 신호기에 연결된 신호기 명칭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방면의 건널목명의 블루트스명이 나올 때 신호 또는 유도 버튼을 누르면 해당 지점의 음향이 울리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령, 제가 근무하는 대전맹학교 앞 홈플러스 4거리에는 마주보는 두 개씩의 신호등이 4쌍 있으니 총 8개의 블루투스가 잡히게 되는데요.

이것들을 이전 다음을 통해 하나씩 전환해 가다가 제가 건너고자 하는 '대전맹학교 방면'이라는 음성이 나올 때 신호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신호기가 저절로 동작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음향 신호기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최신의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리모콘을 휴대하지 않고도 손쉽게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점에서 취지에 공감하며 개발진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용성과 보급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몇 개월을 시범 사용해 본 결과 향후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상당히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 향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직관에 따른 사용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잠시 설명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반의 음향 신호기를 떠올릴 때 시각장애인들은 최소한 앱을 실행한 후 주머니에 넣어두기만 해도 신호등 근처로 접근할 때 내가 건너고자 하는 곳의 유도기나 신호기가 자동으로 감지되어 울릴 것으로 기대하게 됩니다.

당연히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그 분들의 제안 내용을 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앞에서 설명드린 바처럼 일일이 보행 중에 인근에 음향 신호기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특히나 신호기 근처 적당한 거리까지 걸어와서 다시금 휴대폰을 열어 원하는 유도기명이나 신호기명을 일일이 이전, 다음 버튼을 눌러가며 찾은 다음 원하는 건널목명에서 더블 클릭을 해야만 합니다.

이전, 다음 버튼을 누를 때 내 가장 가까운 곳 지명이라도 먼저 뜨면 좋으련만 내가 건너기를 원치 않는 대각선의 횡단보도 지명이 나올 때가 많아이를 찾기 위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야 합니다. 심지어 운이 나쁘면 4거리의 경우 7번이나 다음 버튼을 클릭해야 할 때도 있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내가 위치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정렬이 되기라도 한다면 시간을 덜 소비할텐데 왜 굳이 건널 필요도 없는 나머지 버튼들을 지나쳐야 하는지 안타깝더군요.

그보다는 앞에서도 말한 바처럼 앱만 실행되어 있다면 그냥 내가 걸어가는 가장 가까운 위치부터 순차적으로 울리게 하면 안되는지, 아니면 내가 사전에 지정하여 메모리 시켜둔 신호기만 울리게 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인터페이스상의 편의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기술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음향 신호기 가까이에서 앱을 실행하게되면 자동으로 스캔을시작해 인근의 신호기 지주의 블루투스를 검색하는데요.

이게 감도가 제각각입니다. 물론 설정에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최대로늘렸다고 하는데도 4거리의 경우 8개가 잡히다가 잠시 휴대폰 방향만 돌리면 한 두 개씩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합니다.

아니면 시각장애인이 4거리에서 건널 가능성이 있는 2쌍의 블루투스만 자동으로 감지되도록 하면 더 좋을텐데 현재는 뒤죽박죽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만약 음향 신호기상의 감도 범위 조절이 한정적이라면 앱에서 검색하는 감도라도 조절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기존의 시각장애인용 음향리모콘은 상대적으로 제법 멀리서도 유도기를 켜거나 신호기를 켤 때 원만하게 가장 가까운 한 쌍의 음향 신호기가 동작하는 점을 볼 때 과연 기술적 구현이 어려운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업체측은 향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펌웨어를 할 수 있게 개선하고 있다고 하나 펌웨어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상기한 인터페이스나 기술적인 면에서의 근본 발상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셋째, 개발 과정에서의 당사자의 참여 여부입니다.

업체에서는 지난 봄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걸어 와 완성된 새 음향 신호기에 대한 사용법 설명을 해드리겠다며 학교로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제품은 제가 있는 지역에 새 음향 신호기가 설치된 뒤에라야 의미가 있으니 그 때가서 상의하자 하였더니 이미 맹학교 앞 4거리에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이없어 하며 업체 관계자분들을 모셔 학교에서 셈플로 시연도 하고 앱상의 문제와 개선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왜 번번히 시각장애인이 기기 개발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가입니다.

대전시는 금번 새로운 음향 신호기가 가격이 비싸고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를 판단하여 추가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였다 합니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가설 전에 맹학교나 복지관 등 시각장애인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기술적 실효성이나 설치 가능성 여부에 대한 의사를 들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업체는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 구현시 시각장애인들과의 아이디어 공유나 필드 테스트 등을 거쳤더라면 앞서의 앱에 대한 오류나 발상의 전환 등 시간적, 경제적 면에서 훨씬 도움을 얻었을텐데 왜 다 만든 뒤에서야 꼭 제발 좀 써달라는 식으로 만나야 하는 것일까요.

이상입니다.

 

오랫동안 일선 학교에서 IT 관련 업무를 보다 보니 수많은 업체의 신상품 개발과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들 시각장애인 내부에서 새로운 제품의 평가에 있어 제품의 실효성이나 가치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보다는 좋은 게 좋은거라는 마음과 공짜면 그냥 받지 뭐~~하는 마음, 그리고 장애인 관련 업체가 망하면 우리 손해라는 마음에 눈감아 주자는 독특한 심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훈훈한(?) 인심 때문에 세금의 낭비와 함께 쓸모도 없는 폐품이 지금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한번 돌아보십시오.

제가 오래 전에 이곳에 언급한 2차원 박코드는 사용자가 거의 전무함에도 법률로까지 지정되어 점자의 보급 확대를 저해하는 흉물로 방치된 상태이고, 표준 규격에 맞지 않게 장식용으로 설치된 길거리의 구형 음향 신호기들, 화면해설 기능보다 딸려나오는 부가기능에 관심이 더 많아진 화면해설 수신기 등등.

우리는 언제가 되어서야 우리에게 꼭 맞는 IT 제품을 적절한 가격과 절차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 저 자신부터 반성해보며 하루를 접습니다.

 

토순이.

시각 장애인용 음향신호기 버튼
시각장애인용공용리모컨캡쳐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