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는 학습 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비장애 학생에 비해 학습량이 부족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도시각장애인의 학습량도 실명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이버대학과 학점은행을 통해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계기로 공부를 하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들어보았다.
20대 초반에 녹내장으로 중도시각장애인이 된 S 씨(남, 55세)는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사이버대학을 선택한 이유를 이루지 못한 꿈에 다가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소설을 잘 쓰려면 사람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사이버대학은 경제적인 부담도 적은 편이고 저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어요.”
사이버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80만 원 정도이며 신입학의 경우 140학점, 편입학의 경우 72학점을 이수하면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그는 학습 과정에서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 강의 재생이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다행히 강의를 MP3로 내려받을 수 있거든요. 저는 주로 이 파일을 들으며 공부합니다. 학교 측에 강의자료를 요청하면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 편한 HWP 문서 형식으로도 받을 수 있고요.”
그는 두 차례 성적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그만큼 학습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다소 까다로운 평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소 불리한 부분도 감수해야 했다.
“시험을 볼 때는 시험 솔루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컴퓨터의 다른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요. 아마도 커닝을 차단하려는 목적 같습니다. 그런데 오픈북 시험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이 프로그램은 너무 불리합니다. 그래서 첫 학기에는 모든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썼지만 퀴즈, 토론, 시험에 응시한 것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어요. 하지만 활동보조인과 적절한 노트북 활용으로 극복할 수 있었죠.”
사이버대학 이외에도 정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다양한 학습을 통해 대학을 졸업함과 동등한 학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평생학습제가 있다. 바로 학점은행제도이다. 평생학습원을 통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한 시각장애인 H 씨(여, 43세)도 학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제 경험으로는 학점은행제는 사이버대학과 공부방식이 비슷해요. 그런데 저는 학습 플래너와 소통이 안 돼서 애를 먹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사회복지 실습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기관을 정하기도 어려웠고, 실습비도 30만 원이나 들었어요.”
H 씨에게 사회복지학 공부를 마친 이후의 진로는 어떤지 물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던 그녀는 면접까지 봤지만, 학점은행제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꿈이 좌절됐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지인에게 부탁해서 어렵사리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돌아온 건 ‘왜 그런 곳에서 공부했느냐’는 비난이었습니다. 역시 대학 공부는 오프라인에서 해야 하나 봐요. 차가운 현실의 벽을 느꼈죠.”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사이버대학에서 건강가정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공부를 하면서 ‘가족이 참 소중한 거구나, 내가 정말 따뜻한 가족을 갈구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움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그녀는 사회복지시설 취업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접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학습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 2017년 9월 1일자 점자새소식 기사 중에서
'시각장애의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상곤 교육부장관님과 시각장애 학생의 쇼다운 경기 모습- 박진감 넘치네요~~ ㅎㅎ (0) | 2017.09.26 |
---|---|
김상곤 교육부장관님과 시각장애 학생의 쇼다운 시범 경기를 하는 모습 (0) | 2017.09.26 |
미국 perkins 맹학교 점자도서관 뉴스라인 음성시스템 시연하는 장면 (0) | 2017.08.20 |
[에이블뉴스] 비언어적 행동 시각장애인에게도 주의해야 (0) | 2017.08.17 |
맹학교에서 보행교육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어 (0) | 2017.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