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는 양을 몰고 초원으로 나갑니다.
점심을 준비하고 늑대와 마주쳐도 물러서지 않는 사냥개와 함께였습니다.
양들은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매앰 거리며 불안해합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동네사람들이 급하게 사고현장으로 모여듭니다.
늑대가 어디있니?
제가 소리치니까 도망갔어요!!
사람들은 양치기를 격려하고 수고하라며 동네로 돌아갑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급한 걸음으로 다시 달려가지만 역시 늑대는 없습니다.
쭈빗거리는 양치기를 돌아보며 늑대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습니다.
계속 수고해라는 말을 남기고 동네사람들은 돌아갑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동네사람들은 또 달려갑니다.
하지만 사냥개도 너무나 평온하게 누워있고 양들도 동요하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양치기는 계속 자기가 돌을 던져 늑대를 아버렸다고 떠벌립니다.
화가 난 동네사람들은 동네로 돌아와 회의를 합니다.
양치기가 너무 심심해서 그렇다는 지적에 그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로합니다.
감시용 비디오카메라도 설치합니다.
자동녹화되는 최신형 시설에 투자한것이었죠.
그런데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이 들립니다.
또 달려갑니다.
하지만 히죽거리며 웃는 양치기의 표정을 본 것이 유일한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요.
그렇게 서너번 허탕을 치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난 동네사람들에게 양치기의 다급한 소리가 들립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여러분같으면 달려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양치기를 해고해 버리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난 것일까요?
양들은 모두안전한것일까요?
녹화된 비디오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요?
늑대가 나타나자마자 양들을 내몰라라하고 도망가는 모습일지도 모르죠.
돌을 던져 아냈다는 평소말과는 달리 양보다 먼저 도망치는 모습이 있을수도 있겠고요.
사냥개가 사납게 짖는데도 낮잠에 빠진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사고는 터졌고 피해는 막심합니다.
모두가 양치기를 질타하는데 누군가 이럼 말을 합니다.
지금 양치기를 비난하는 것은 늑대와 같은 편이다.
양치기를 처벌하면 누가 늑대를 감시할것인가?
원래 그런 말하는사람들은 빨간색옷을 즐겨입지 않느냐?
양을 잡아간 것은 늑대지 양치기가 잡아간 것은 아니지 않느냐?
동네사람들의 결정이 궁금해집니다.
늑대를 잡아야할까요?
양치기에게 책임을 물어야할까요?
아니면 아예 양을 키우는 것을 포기해야할까요?
그도 아니라면 무능한 양치기를 고용한 동네사람들이 반성해야할까요?
- 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