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스마트러닝

tosoony 2011. 10. 9. 22:31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스마트러닝

 

1. 서론

 

21세기를 표현하는 용어 가운데 '정보화'라는 말을 우리는 가장 흔하게 접하곤 한다. 정보화 사회는 단순히 특정 과학이나 IT 분야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 사고의 틀을 급속히 바꾸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 분야라 할 수 있다.

전국 모든 학교가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인터넷 기반의 교육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교 교육 현장 또한 e러닝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시도되고 있으며,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의 바다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편, 시각장애 학생은 시각의 손실로 인해 그 대체 감각으로써의 청각적 듣기와 촉각을 통해 주로 정보접근과 학습을 수행해 왔는데, 컴퓨터와 장애인용 보조공학기술의 보급은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재활에 있어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 이후 윈도우즈용 화면읽기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점자정보단말기가 모든 시각장애 학교에 보급되면서 시각장애 교육 현장에 맞는 ICT 활용 수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면상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공학매체들만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을 시각장애 학생이 실시간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장애인용 모바일 기기 접근성 지침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각장애인계에서도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모색되고 있음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시각장애 교육에서의 미래 스마트러닝의 활용 방안과 개선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시각장애 교육 현장에서의 스마트러닝 활용 모델

 

1) 시각장애인용 휴대용 멀티미디어 학습 기기로서의 역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00년 이후 보조공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각장애 교육 현장에서도 초고속 인터넷과 화면읽기 프로그램, 점자정보단말기 및 학습용 웹사이트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시각장애 교수학습 모형이 속속 개발되었다.

먼저 2003년 시각장애 학습 사이트인 ‘이얍’이 국립 특수교육원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용 멀티미디어 초, 중, 고 자습서와 EBS 수능 점자교재가 개발 보급되었다. 당시 개발된 자습서 자료는 점자정보단말기용으로 편집된 자습서 파일을 이얍 사이트에 탑재하고 시각장애 학생은 사이트에 접속하여 이를 다운받아 점자정보단말기의 점자셀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다수의 학생이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자료를 시각장애 학생이 일일이 사이트에 접속하여 다운받아야 하고, 다운받은 자료는 1차원적인 점자 텍스트 내용만을 담고 있어 동영상과 음성 자료 등 멀티미디어 요소를 표현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무선 접속망을 통해 이얍과 같은 사이트에 접속하고,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멀티미디어 기능이 포함된 학습 자료를 다운받아 실행할 수 있다면 기존의 점자용 텍스트 뿐 아니라 동영상과 mp3 등의 음성 강의 역시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일선 맹학교에 보급되고 있는 신형 점자정보단말기인 ‘브레일 한소네 LX'의 경우 자체 내에 무선 LAN과 블루투스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 이를 스마트폰과 연결할 경우 동영상 학습 강의와 함께 실시간으로 점자화된 텍스트를 함께 이용함으로써 수학이나 과학 등 전문적인 점자 숙독이 요구되는 학습에서도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학습 모델이 시각장애 학생으로 하여금 자료의 접근 기회의 확대 뿐 아니라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얍 사이트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건의사항은 자료의 탑재와 배포 등에서 정안인 학생과 마찬가지로 동시간대에 자료에 접근하게 해달라는 민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화될 경우 시각장애 학생의 정보접근 속도와 그로 인한 학습 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그림 1> 교실에서 점자정보단말기로 수업하는 모습

 

 

2) 화면해설 동영상 강의 학습 자료로의 활용

정부에서는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학습 소외 계층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EBS 방송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 특수교육원에서도 EBS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이얍 전자교재를 점자정보단말기용으로 제작해 오고 있으며,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에서는 EBS 수능 방송 동영상 자료에 화면해설을 추가 삽입하여 시각장애 학생이 화면의 자막이나 판서 내용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동영상 자료는 학교 내에서 LAN과 컴퓨터가 설치된 특정 장소나 가정의 PC 앞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며,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는 화면읽기 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나 복잡한 보안 체계 등으로 인해 원활한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러닝을 기반으로 한 휴대용 모바일 기기를 활용할 경우 시각장애 학생은 수업 뿐 아니라 방과 후나 이동 중에도 언제든지 손쉽게 무선망 접속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의 다양한 시각장애인용 화면해설 동영상 콘텐츠에 접할 수 있으며, 저시력 학생의 경우 액정 화면이 상대적으로 넓은 패드형의 스마트 기기를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3) 저시력 지원 서비스로의 역할

최근 특수교육 교육과정이 대폭 개편되면서 맹학교 뿐 아니라 일반학교에 재학하는 저시력 학생들의 교과서와 참고자료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현재 일선 초등학교까지는 모든 교과의 교과서가 확대되어 제공되고 있으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극히 일부 교과를 제외하고는 확대 교과서가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도 지역 교육청이 선정하는 ‘인정’ 교과서의 경우는 그러한 확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저시력 학생들과 학부모의 민원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스마트 기기용으로 해당 교과의 교과서를 제작 배포하고, 저시력 학생들은 기기 내에서 원하는 부분을 확대해 학습함으로써 비용의 절감과 학습권의 침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학교 저시력 학생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인 수업 장면에서의 판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교실 내에서 특정한 캠코더 장비로 칠판의 판서 부분을 촬영한 후 이를 실시간으로 각자의 저시력 학생의 스마트 기기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저시력 학생의 통합교육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4) 움직이는 손안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

독서는 학습과 함께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들이 가장 요구하는 정보접근상의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의 독서 매체로는 점자와 녹음도서를 거쳐 mp3 cd 형태가 널리 이용되었으며, 2004년부터는 일부 점자도서관과 복지관 및 맹학교를 중심으로 인터넷 기반의 소리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LG복지재단과 LG상남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에 탑재된 모바일 상남도서관 접속을 통한 음성 도서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고성능 CPU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하여 기존의 시각장애인용 독서매체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부가기능이 내장된 독서용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럽과 일본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장애인용 독서 포맷인 DAISY를 통해 시각장애인용 도서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DAISY 포맷에 스마트폰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부가 기능을 추가 개발한다면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포함한 정보접근 기회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5) 쌍방향 의사소통의 기회 확대

전통적인 시각장애 학교의 수업 장면에서는 교사가 학습 자료를 사전에 점자나 확대문자로 변환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학생은 해당 자료에 대한 과제를 다시 점자로 제출하는 등 매체간 변환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업 준비나 학습의 효율성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

한편 디지털의 장점은 무엇보다 매체간 변환이 자유롭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마트 기기를 통해 교사는 언제든지 미리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탑재해 둔 학습 자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학생은 이를 음성으로 듣거나 블루투스로 연결된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손으로 읽어볼 수도 있으며, 저시력 학생의 경우 확대 기능을 통해 원하는 부분만을 읽어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수업 중이나 방과 후에 필요한 과제를 실시간으로 자판으로 입력하여 교사에게 전송하는 등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밖에 시각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교사와 학생 간에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산출된 각종 디지털 자료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교사와의 사이버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

 

3. 스마트러닝 도입을 위한 개선 과제

 

앞에서 향후 시각장애 학교에 스마트러닝이 도입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활용 모델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모델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스마트 기기에서 공통적으로 채택한 터치 입력 방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실제 1년여간 아이폰을 사용한 필자의 경우도 자판 입력에는 아직도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때, 장애 정도와 촉지각 기술 정도가 각기 다른 맹학생들에게 모두 터치 방식을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이며, 휴대용 키보드나 점자자판을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의 접근성에 대한 통일된 모델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계열과 iOS 계열의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가 보급되어있으나 이들 모두 완벽하게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운영체제 전반에서 접근이 가능한 TTS의 선정이나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어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시각장애인용 독서 포맷에 대한 표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이미 우리나라의 관련 부처에서도 표준화된 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시각장애인계 내부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러닝 교육의 수혜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첨단 기기를 통한 수업이 장애 학생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여 그것이 모든 장애인 또는 모든 과목에서 공히 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간략하게 시각장애 학교에서의 스마트러닝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 및 개선 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러닝의 개념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스마트 기기를 통한 교육 현장의 활용 역시 우리나라의 추진 속도가 제일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생소한 사업 진행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토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우려와 고민이 장애인에 대한 정보접근권과 학습권을 앞설 수 없으며, 오늘의 작은 시도가 후일 우리 모두에게 유용한 성과를 얻는 단초가 될 것을 믿는다. 장애인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 2011년 현장 특수교육 가을호 기고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