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게 이 나라 곳곳에 상흔을 남긴 장마는 끝났다고 하는데 여전히 높은 습도와 곳곳에서 뿌려지는 집중호우성 소나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샤워를 해도 곧바로 땀이 솟아나는 요즘이지만 옷장 속에서 꺼내든 뽀송한 속옷의 느낌을 느끼며 건조기의 고마움을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절. 연일 궂은 날씨와 부모님의 깜박하는 실수로 전날 빨아넌 교복이 마르지 않았다며 등교하는 아침 내내 온 식구가 다리미에 드라이를 들고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교문 앞 줄 서 있는 규율부 선생님과 선배들이 무섭다며 미처마루지 않은 젖은 교복을 울면서 껴입고 나섰던 등교길. 이 시간 건조기에서 꺼낸 뽀송한 수건을 객히며 딸아이에게 아빠의 우스운 옛 기억을 꺼내 줍니다. 그런 세상에 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아이의 말. 그런..